에너지 분야 최대 화두는 안전이다. '안전이 담보된 기술만이 성공한다'는 게 공식처럼 통한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국민은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긍정 영향으로 '안전보장'을 최우선으로 손꼽았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비롯해 국내 태안화력발전소 근로자 사망, 강릉 수소탱크 폭발, 에너지저장장치(ESS) 연쇄 화재사고 등에 따른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증강현실(AR)·드론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안전문제를 스마트하게 극복하는 발전공기업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세계 최초로 원자력발전소 핵심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예측진단용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IoT 기술을 활용해 발전소별로 분산 운영 중인 감시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연계, 터빈·고정냉각수펌프 등 원전 핵심설비를 통합·진단하는 기술이다. 한수원은 관련 사업에 총 400억원을 투입했다.
남동발전은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발전소 구축으로 발전설비 무재해, 무고장 운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마트발전소는 IoT를 통해 발전소 현장 센서와 기기에서 축적해 얻은 빅데이터로 고장·정비시점을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AI 기반 설비 고장·예측 진단기술 △빅데이터 플랫폼 국산화 △AI 기반 영상분석시스템 △스마트 안전플랫폼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AR 등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7월부터는 영흥화력발전소 5·6호기에서 생산되는 50만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표준화하고 AI로 손쉽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2020년까지 모바일 기반 AR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2021년까지 AI 기반 고장 예측·진단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장발생과 정비시점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동서발전은 석탄설비 컨베이어 벨트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ICT를 접목한 '컨베이어 접근 통제시스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운전 중인 컨베이어에 근로자가 가까이 접근하면 적외선 센서가 자동 감지하고 경고방송을 송출, CCTV가 현장을 자동 클로즈업해 근로자 행동 이상유무를 관찰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석탄 분진 등 석탄설비 설치환경으로 인해 감시시스템이 오작동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적외선 감지기술과 보안기술을 접목해 기존 한계를 뛰어넘었다.
서부발전은 AI 기반 자율비행시스템과 열화상카메라 등이 탑재된 드론을 활용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현장영상을 본사 종합방재센터로 실시간 전송, 화재·고장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ICT 기반 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또 남부발전은 풍력·소수력·태양광에 IoT 기술 적용을 추진 중이다. 풍력단지에 모바일 기반 풍력발전단지 원격운전관리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며 IoT 센서를 활용한 소수력 발전소 무인관리 체계 및 재난방지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확정했다. 모바일 기반 실시간 태양광 관리시스템 개발도 한창이다. 이를 통해 4차 산업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발전소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중부발전은 스마트 안전공유 시스템을 적용해 근로자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대폭 낮췄다. 휴대형 비콘을 활용해 발전소 중앙 관리자가 현장근로자 안전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 위험상황 발생 시 즉시 설비 가동을 멈추고 담당 운전원에게 알람을 보내는 방식을 적용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근로자가 위험구간에 평소보다 오래 머무르는 등 평상시와 다른 패턴을 보이면 위험 상황을 중앙 관리자가 공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전기안전공사는 전통시장·문화재·교통시설물 등에 IoT 장치를 부착, 누전·과부하·열(연기) 등을 감시하는 '미리몬'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로라(LoRa)·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등 전용 IoT 통신망을 활용하는 기술로, 전기 안전사고 예방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한편 정부도 전기설비안전점검 예산을 올해 983억원에서 내년 1041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안전한 에너지'에 방점을 찍었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기술성과를 내더라도 안전사고 한 번이면 모든 게 무너지는 게 에너지 분야”라면서 “ICT와 접목한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발전소 안전 사각지대 문제를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