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국회 직무유기에 데이터경제 실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 '21세기 원유'라며 치켜세우고 데이터 산업 육성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본업인 입법은 내팽개쳤다.
올해 초부터 지속된 정치권의 갈등 속에 여·야 대치가 지속되면서 데이터 3법 개정안은 10개월째 제대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8월 말 수개월 만에 법안소위원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일 오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야당이 정치 일정을 보이콧하며 무산됐다.
행안위는 이달 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소관 개정안 등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안소위는 재차 미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여·야 이견이 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법안 통과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크다. 또다시 기업과 산업이 정치에 밀리지 않을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여·야가 추석 이후 내년 4월 총선 대비 체제로 전환할 경우 법안 통과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못해 보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수 있다. 법안소위가 빨리 열려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정치 놀음'에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미국과 중국 등 데이터 강국과의 격차는 점차 벌어진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데이터 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의 한 데이터 기업은 데이터 유통 등으로 연매출 1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중국은 데이터거래소까지 설립해 데이터의 가공과 유통, 활용을 지원한다.
우리 정부 역시 올해 67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중소·중견 데이터 기업은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매출이 급증, 정부 지원에 부응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KT, SK텔레콤 등 대기업도 가용 데이터 공급에 나서며 데이터경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의 통과 없이 산업 육성 효과는 제한적이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은 안전한 데이터 가공을 위한 가명 정보 개념 도입, 개인 정보 보호와 활용 강화를 위해 주무 부처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국내 데이터 산업 성장과 데이터경제 실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언제까지 '패스트 팔로워'만 할 것인가.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뒤처진 클라우드 서비스와 오라클·IBM 등에 뒤진 기업용 소프트웨어(SW)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데이터 강국 한국' 실현을 위해 지금이라도 국회가 개정안 검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