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열차에 상하 진동이 발생했는데도 도착시간 지연을 이유로 감속 운행하도록 하지 않고 SRT보다 늦게 도착한 KTX를 먼저 보내는 등 코레일 관제의 문제점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규정 준수 여부나 관제 독립성을 점검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매뉴얼 정비 여부 등 형식적인 점검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철도안전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10일 발표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국토부로부터 국가철도 관제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철도교통관제 운영 규정에 따라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코레일은 내부 규정을 따르지 않고 공정한 운영도 하지 않았다. 지난 1월 광명∼오송 구간을 230㎞/h로 운행하던 고속열차에 상하진동이 발생하였는데도 170㎞/h 이하로 감속 운행하도록 해야 하는 규정을 무시하고 도착시간이 지연된다는 사유로 그대로 운행하도록 관제 지시했다.
차량 고장 등으로 열차가 10분이상 지연되면 국토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정시율을 높이기 위해 지연 시간과 사유를 임의로 변경한 사실도 드러났다.
SRT보다 늦게 도착한 KTX를 먼저 보낸 비율(11.8%)이 그 반대의 경우(2.5%)보다 4.7배 높았다. 경쟁사에 비해 자사에 유리하게 관제 지시를 한 것이다.
열차선로 작업자 안전관리도 적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은 선로에서 유지보수 등의 작업을 하는 공사 직원에게만 열차접근(2㎞ 이내) 정보를 알려주는 모바일 단말기를 지급했다. 통신비 부담조건이 계약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실제 선로작업을 수행하는 외부업체 직원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승인된 시간을 초과해 작업하는데도 통제하지 않은 건도 1222건 중 271건에 해당했다.
기관사 음주 관리도 문제가 드러났다. 기관사의 혈중알콜농도는 0.01% 이하여야 한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기관사 5명은 적발 다음 날 열차 운행 전에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로 기재되어 있었다. 위드마크 공식으로 추정한 이들의 혈중알코올농도는 기준치인 0.01%를 초과해 최대 0.037%다.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시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이 철도시설물의 인수인계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사고 책임을 서로 전가한 문제도 지적됐다.
국토부의 소홀한 철도안전관리체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코레일이 하자발생 차량 운행, 차량정비기준 미준수, 철도사고 보고 누락 등 철도안전관리체계 유지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었는데도 공단은 정기검사에서 이를 확인하지 못했고 국토부는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감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고장차량 운영 등 안전을 경시한 과거의 불합리한 관행이 지속되는 등 금번에 지적된 사항을 조속히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