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 합작법인 설립이 차질을 빚고 있다. 법인 이사 선임을 놓고 주주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합작법인 출범 한 달이 지나도록 법인사업자 등록이라는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가 추천한 이사가 반노동계 성향의 인사라며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추천 인사를 철회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노동계가 요구한 사외이사 격인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초대 대표이사에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선임된 것을 놓고도 찬반 논란이 뜨겁다. 시민사회단체는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박 전 시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쓰는 격'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박 전 시장이 고령(76세)인 데다 시장 재임 시절 '상품권 깡'으로 시민 세금을 훔친 부정 비리 인사라며 대표이사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주주와 경제단체, 대학총학생회연합은 앞다퉈 기자회견을 열고 '대안 없는 반대'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박 전 시장이 중앙 부처와 정치권의 협조를 잘 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면서 주주 동의를 거쳐 이사들을 추천한 만큼 선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 공방은 아예 인신공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다간 어렵사리 출발선에 선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 창립총회는 세 차례나 연기됐다. 이미 신뢰도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발표한 정부도 체면을 구겼다.
이달 내로 광주글로벌모터스 합작법인 설립을 마치지 못하면 올해 공장 착공이 어렵고, 2021년 양산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광주시는 추석 연휴 이후 법인사업자 등기 절차에 곧바로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이사 선임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주형 일자리 성공은 비단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경북 구미에 이어 강원도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주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는 서로 고집을 꺾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광주시도 하루빨리 법인 설립을 마무리하면서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를 지속해서 설득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의 대타협 정신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이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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