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ICT 강국으로 각광 받았다. CDMA 상용화, 컬러 액정 휴대폰 개발, 음성 LTE, 5G 통신 상용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오랜 기간 한국이 ICT 분야를 선도해왔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ICT 코리아'의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리 경제는 1960년대 합판, 섬유, 가발, 신발 등 경공업 제품으로 성장해왔다. 1970년대부터는 흑백TV와 라디오, 1980년대 컬러TV 등 전자 제품과 자동차로 핵심 산업이 변화했다. 1990년대부터 ICT 산업 위주로 전략 품목 변화를 시도했다. 이때부터 본격 'ICT 강국 코리아'로서 세계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했다.
세계 최초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재평가된 계기로 회자된다. 1996년 1월 한국은 오랜 기간 독자 연구를 거쳐 세계 최초로 CDMA 서비스를 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ICT 분야에서 우리 기술이 선진국으로 크게 도약했음을 보여줬다. 당시 유럽식 GSM 방식과 TDMA, CDMA가 혼재돼 있는 상황에서 CDMA가 우위를 점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료에 따르면 CDMA 상용화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창출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무려 125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수출액이 13조7000억원, 부가가치가 65조2000억원, 고용은 142만명에 달한다. 수치로 환산되지 않은 부가가치까지 포함하면 CDMA 파급 효과는 지대하다. 전문가들은 CMDA 상용화를 계기로 한국이 외환위기를 벗어나 경제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고도 분석한다.
세계 최초로 TFT-LCD 컬러 휴대폰을 선보인 것도 한국 ICT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2002년 세계 최초 컬러 휴대폰인 SCH-V300을 출시했다. 출시 1년 만에 1000만대를 판매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는 이후 혁신 제품을 선보이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줬다.
2015년 이동통신 3사 간 롱텀에벌루션(LTE) 기반 음성 통화 서비스를 상용화 한 것도 한국 ICT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널리 알린 사건으로 평가 받는다. 이어 2019년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 하는데 성공해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이 ICT 강국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건 2차 산업 중심으로 발전했던 주력 산업을 3차 산업으로 전략적 발전시킨 공이 크다. 정부와 기업이 집중적으로 전자, 통신,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거기에 유행에 민감하고 빠르고 정확한 것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수준과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업의 발 빠른 노력이 시너지를 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ICT 강국 한계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우세하다. 하드웨어 중심 성장에만 집중됐다는 평가다. 글로벌 ICT 산업 무게 중심은 이미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하드웨어 성장에만 매몰돼 성장 침체를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취약한 수준이다. 국내 ICT 기업 시가 총액에서 소프트웨어 비중은 10% 대에 머물고 있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역량에 대한 투자와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