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앱티브와의 합작사 설립을 결정한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향후 5년 내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22년쯤 자율주행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이후 2024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23일, 자율주행 기술 세계 탑 티어 업체인 앰티브와 합작법인(조인트벤처)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탑티어(Top Tier) 자율주행 기업이 별도의 합작법인을 세워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업 모델이다.
여기에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는 그동안 진행됐던 단순 지분 투자나 협업 형태가 아닌 합작법인을 통한 공동개발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패스트팔로워(추격자)가 아닌 퍼스트무버(개척자)로 자율주행 시대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 달러를 포함해 총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을 출자한다.
합작법인 설립 등 대규모 투자에 대해 정 수석부회장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다른 자동차회사에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앱티브는 안전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고 현대차는 앱티브와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좋은 기술을 이용하더라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자동차 회사의 임무”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향후 5년 내로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목표는 2022년 말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2024년에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차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이 이 조인트벤처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세운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분야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주력한다. 이어 내연기관차는 물론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합작법인에 공급해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 및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지원하고 기존에 앱티브가 펼치던 로보택시 시범사업에도 현대기아차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가 운영하던 기존 연구거점들은 신설 합작법인에 그대로 존치되고 추가로 국내에도 연구거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산업계는 이번 현대차그룹의 합작사 설립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과 공유경제를 향한 결정적 행보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과 함께 미국 무역확장법(232조) 관련해서도 좋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투자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시점에 발표됐다. 수입 자동차에 대한 232조의 적용여부 발표는 11월로 예정돼 있다”며 “이번 사례가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면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앱티브는 GM에 뿌리를 두고 있어 IT기업에 뿌리를 둔 다른 자율주행 업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미국 차량공유 업체 리프트와 손잡고 빅데이터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앱티브는 2017년 12월 '델파이'로부터 분사한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 회사다. 2018년 기준 매출 15.9조원, 영업이익 1.6조원 등 경영실적을 기록했으며, 시가총액 27조4000억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된다.
차량용 전기, 전자장비를 비롯해 ADAS,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시스템, 커넥티드 서비스 등 전자 및 안전 관련 등 전장부품 공급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전체 인력은 총 14만3000여명에 달한다. 앱티브의 순수 자율주행 분야 기술력은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자료 내비건트 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