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어린이연구원에는 작은 우주를 구현한 공간이 있다. 복도 끝에 어두운 굴 같은 우주가 있다. 우주 안에는 지구, 달, 별이 그려져 있다. 로켓과 로켓 발사대까지 있는 그야말로 소우주다. 이화어린이연구원에 다니는 7세 아이들이 모두 기획, 제작했다.
작은 우주의 시작점은 형광 물감이었다. 아이들과 교사가 우연히 연구원 미술 재료 중 형광물감을 발견했다. 물감으로 뭘 그릴지 고민했다. 아이들은 어두운 곳에서도 빛이 나는 형광물감으로 우주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복도 끝에 위치한 창문과 벽을 막아 어두운 공간을 만들면 우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는 즉시 창문을 막고 우주를 구현했다. 아이들은 지구, 달, 별을 그렸다.
상상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들은 로켓과 로켓 발사대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교사와 아이들은 어떻게 로켓과 로켓 발사대를 만들지 고민했다. 결국 고무줄을 이용한 발사대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모양의 페트병을 이용해 로켓을 발사했다. 시행착오 끝에 밑바닥이 올록볼록한 페트병이 제일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로켓이 날아가는 거리를 표현하고 싶어 했다. 지구와 태양 사이 위치한 행성을 순서대로 연구원 바닥에 표시했다. 이 곳 아이들은 지구 근처 행성의 이름을 잘 안다. 공간을 스스로 확장시키는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레 익혔다. 교사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공간을 바꾸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중점을 둔다.

이화어린이연구원 도서관은 기획부터 아이들이 참여했다. 기존 도서관과 달리 미끄럼틀과 굴이 있다. 정혜욱 이화어린이연구원장은 “아이들은 미끄럼틀과 굴이 있는 책을 보면서 노는 공간을 가장 원했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했다”며 “성인 잣대가 아니라 철저하게 아이가 중심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쉽게 싫증을 느끼는 아이들의 특성을 반영해 가구에도 변화를 줬다. 많은 가구가 '변신'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도서관 사다리를 테이블로 쓸 수 있다. 책상은 책을 읽는 공간에서 놀이 공간으로 바뀐다. 책상 중간에 있는 동그란 뚜껑을 열면 자석 장난감이 숨겨져 있다.
정 원장은 “기존 틀에 박힌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공간을 변화시키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교사는 이를 통해 학생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어린이연구원은 이화여자대학교 부속 연구소로다. 영유아 발달 및 교육 연구, 교사 및 부모 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을 위해 2007년 설립됐다. 만 3~5세 아이들을 교육, 보육하고 있다.
<공동기획>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전자신문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