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운명의 10월...상고심 파기환송 판결 피할 수 있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업 개편에 속도를 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월 다시 허들을 만난다. 대내외 악재에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신 회장이 이번 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는 다음달 17일 신동빈 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에서 면세점 특허권을 대가로 최순실씨가 지배하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준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관련 혐의도 병합됐다.

지난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으며 한숨 돌렸지만, 앞서 열린 국정농단 상고심 선고에서 다소 불리한 취지의 판단이 나오면서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신 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강압에 의한 뇌물' 이라는 논리를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묵시적 부정청탁은 인정하지만 수뢰자의 적극 요구에 공여자가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로 보고 단순 뇌물공여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국정농단 상고심 선고 결과로 이 같은 논리가 힘을 잃었다. 대법원은 같은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묵시적 부정청탁 혐의를 못 박으면서, 박 전 대통령의 출연금 요구가 강요죄의 성립요건인 협박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지만 법리 다툼의 핵심논거를 부정해 유·무죄 판단을 사실심인 원심이 다시 하라고 파기환송한 만큼, 이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신 회장 역시 강요죄의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메시지다.

고등법원에서 이 같은 환송판결 취지를 존중해 다시 사실관계를 따질 경우 신 회장의 뇌물혐의는 다시 실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 입장에선 파기환송 판결을 최대한 피해야하는 입장에 놓였다.

자발적이 아닌 수동적 공여라는 논리를 강화하고 횡령 혐의 무죄 방어에도 주력해 항소심 판결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신 회장이 장기간 법정에 발이 묶이며 신규사업과 투자가 전면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던 롯데는 자칫 잃어버린 시간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신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속도를 냈던 지주체제 완성 작업은 현재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에 이어 롯데캐피탈 지분 이전까지 마치면 롯데는 공정거래법 금산분리 위반 사안을 모두 해소하게 된다. 남은 건 호텔롯데 상장뿐이다.

여기에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이스라엘 해외 출장과 불안한 유통 업황에 대응해 그룹 부동산 개발에 착수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3심 변수가 악재로 작용한다면 롯데는 다시 어두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상고심 판결은 롯데의 불확실성을 키워온 오너리스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