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전기차 목표치 대비 보급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연말까지 80여일을 남겨 놓고 있지만, 전국 보급률은 63% 수준이다. 특히 전체 국가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확보한 서울·대구·제주 보급률은 50%로 크게 낮았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국가 예산을 전국에 골고루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본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전기차 보조금 집행 현황을 파악한 결과 10월 8일 현재 환경부 민간 목표치 3만6005대 중에 2만2924대를 보급했다. 현재 보급률 63% 수준으로, 작년 2만5000대 분량의 보급 예산이 10월 중에 조기 소진됐던 것과는 크게 상반된다. 12월까지 보급률 100%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국가 전체 보급 예산의 46%(1만6410대)를 확보한 서울·대구·제주 지역의 평균 보급률은 50%(8235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급 물량이 적어 보조금이 조기에 마감된 세종시 등 53개 시·군 지자체 상황과는 크게 상반된다. 서울·대구·제주를 제외한 전국 전기차 보급률은 75%다. 보급 물량이 많은 서울·대구·제주와 달리 보급량이 수백·수십대인 지차체는 전기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급률이 저조한 건 매년 반복되는 차량 출고 지연으로 꼽힌다.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이차 '니로EV'는 전국 대리점을 통해 구매 계약을 하더라도, 차량을 받기까지 코나는 최소 5~6개월, 니로는 8개월이 소요된다.
국가 보조금은 차량 등록이나 차량을 인도 받은 시점에 선착순으로 지급된다. 이 때문에 전기차를 사고 싶어도, 차량을 제 때 받지 못해 장시간 대기해야 하거나 구매를 포기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또한 국내에 중고 가격대의 신차 전기차가 없는 것도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같은 이유로 전기차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정부가 제주·서울 등 보급 예산을 특정 지역에만 집중시키지 말고, 먼저 전기차 물량을 확보한 후 보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수는 약 8만대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3000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앞으로 3년간 매년 12만대씩 총 36만대 전기차를 보급해야 한다.
【표】2019년 서울·대구·제주 전기차 보급 달성률(10월 8일 기준·자료 환경공단)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