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하고 신박한 반려동물 에세이가 나왔다.
'반려견문록'(엑스오북스, 260쪽)은 한 마리 개와, 한 사람이, 한 공간에서 15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기록한 ‘알콩달콩 실록’이다.
고양이 같은 반려견 ‘보리’와 보리의 ‘엄마’가 아닌 ‘누나’를 자임한 작가. 각자의 입장에서 번갈아가며 개의 삶과 인간의 생을, 개의 마음과 인간의 생각을,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진지하게 털어놓는다.
부양과 보호의 차원을 넘어 평등과 존중의 관점에서 반려동물의 속마음과 육성을 유려한 문체와 깊은 사색과 통찰로 그려낸 새로운 시각의 에세이다.
보리를 대신해 펜을 잡은 ‘누나’는 보리의 입장에서 보리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씩씩하지만 고집스럽고 새침하기까지 했던 한 살짜리 요크셔테리어가 지혜롭고 차분한 그러나 쇠약한 15살 노견이 되기까지 과정을 드라마틱한 에피소드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 이야기를 스냅 사진처럼 경쾌하게 보여준다.
반려견으로 살아가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인간들의 무지, 무시, 무신경을 보리는 어떻게 느끼는지, 조건 없는 희생을 무릅쓰는 ‘누나’의 우정과 배려를 보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엿보게 된다.
무엇보다 하나의 생명체로서, 인격체로서 보리가 거쳐 온 희로애락을 보고 있노라면 ‘살아간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되묻게 된다. 무릇 생명은 고독하고, 삶은 고통스럽지만, 마음과 체온을 나눌 존재가 있다면 살아낼 만한 게 아닐까라는 위로를 받게 된다.
프리랜스 카피라이터, 사진가, 작가, 대학 강사로 활동하는 ‘누나’는 보리의 평생을 보살피는 우직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반려자다.
저자 최현주는 고려대 국문과 졸업 후 줄곧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틈틈이 인토차이나 반도의 여러 나라와 몽골, 러시아, 조지아, 부탄 등을 여행했다. '두 장의 사진', '사진의 극과 극', '그 여자 인도여행' 등 사진과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책을 냈다. 온라인뉴스팀 (on-new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