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서점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서점업은 향후 5년간 대기업 등의 사업 인수〃개시 또는 확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과 함께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게 된다.
이는 작년 5월 국회를 통과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과 올 7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 자동판매기 운영업, 화초 및 식물 소매업, 가정용 가스연료 소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중기부에 추천한 바에 따른 것이다.
이들 중 서점업이 제1호로 선정된데는 이 업종이 소상공인의 취약성 및 보호의 필요성이 시급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하겠다. 실상 중기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서점은 2015년 63개에서 2018년에는 105개로 증가했고, 인근(4 km)에 대기업 서점이 출점할 경우 출점 후 18개월 동안 주변 중소 서점 수는 17.9에서 16.6개로 줄고, 월 평균매출은 31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 카드데이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대기업 서점 출점이 중소 서점의 운영이나 매출에 영향을 미치며, 중기부가 첫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서점업을 지정한 이유가 '영세 소상공인 보호'라고 언급한 바와도 일맥상통한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은 향후 년 1개씩만 신규 출점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36개월 동안은 영세 소상공인 서점의 주요 취급서적인 초〃중〃고 학습참고서는 판매할 수 없다.
한편 중기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카페 등 타 업종과의 융〃복합형 서점 경우 서적 등의 매출비중이 50% 미만이고 서적 등 판매면적이 1000m2 미만이며 학습참고서를 취급판매하지 않는 경우는 제외하도록 했다.
이 같은 규정이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고, 다른 한편 작년 법 제정 과정에서 제기됐던 소비자 후생이나 시장 위축 우려가 남았다고 하겠지만 특별법 통과, 지정 신청, 동반위 추천 등을 거쳐 비로소 첫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했다는 점은 그간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다.
그런 만큼 이제는 이 지정제도 안착을 위해 바람직한 향후 운영 방안을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하겠다. 그 중 첫째는 이 제도를 두고 그간 상반됐던 시각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것이겠다. 실상 따져보면 이들 찬반 양론의 주장이 궤를 같이 하는 점도 많다. 이 제도에 대한 긍정에는 이것이 소상공인의 변화와 혁신에 한 몫 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반대편은 시장 참여와 경쟁의 룰을 정부가 나서 재단하는 것이 결국 업종 전체의 혁신에 도움이 안된다는 논리다.
결국 양측이 던지는 질문은 한 가지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기업과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소상공인이 오르막길 경쟁과 생존에 매몰되지 않고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가다.
정부에 두 가지를 기대한다. 제도를 대기업의 편철일률 서비스가 아닌 다양성과 창의성이 만드는 혁신 통로로 만들어 달라. 또 이런 혁신이 결국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아가도록 제도 혁신을 추진해달라. 이번 중기부의 서점업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은 이들 창의성과 다양성이 강점이 되는 업종이 만드는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이다. 대기업 참여 제한이 지원제도의 종착점이 아니라 소상공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첫 발자국이 되어야겠다. 이 제도가 만들어 낼 첫 성공 사례를 간절히 기다려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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