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GVC) 확산, 온라인 상거래 등이 우리나라 물가를 낮췄으며, 2013년부터 국제 물가와의 동조화 현상이 강해졌다고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조사통계월보 9월호에 실린 '글로벌 요인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서 “글로벌 물가 흐름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2013년 3분기를 전후로 더 확대했다”고 밝혔다.
2001년 2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21개국 자료를 바탕으로 각 나라의 추세 인플레이션율과 글로벌 흐름이 개별 국가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추세 인플레이션율은 물가 상승률에서 경기순환적인 요인을 빼고 남은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의미한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추세 인플레이션율에 맞춰 금융위기 이후 낮아진 점이 확인됐다.
우리나라 추세 인플레이션율은 2001∼2008년 평균 2.5%(전기 대비 연율)였으나 2011∼2018년에는 1.7%로 나타났다. 글로벌 추세 인플레이션도 같은 기간 2.0%에서 이후 1.4%로 하락했다.
국제유가와 음식료품 가격이 떨어진 탓이다.
특히 2013년 3분기 이후 우리나라 물가가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커졌다. 이때부터 석유류 가격이 대폭 마이너스를 보였고 주요 소비재를 만드는 중국에서 생산자물가가 하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2분기부터 2013년 2분기까지의 양측(글로벌 추세 인플레이션율과 우리나라 추세 인플레이션율) 상관계수는 0.5였지만 2001년 2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의 상관계수는 0.91까지 올랐다.
한국과 글로벌 물가 흐름은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5년 후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가는 두 달 연속 마이너스(-) 행보를 보였다.
김병국 한국은행 차장은 “최근 한국 물가 상승률은 농산물 가격 하락 등에 추세 인플레이션율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며 “다만, 공급측 요인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성이 짧아 이런 흐름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