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삼성디스플레이가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연구개발(R&D) 진영을 꾸린 지 2년여 만에 양산 투자를 공식 발표했다. 'QD 디스플레이'라 이름 붙인 이 기술이 OLED 파생 기술인지 QD 진화 기술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절대 OLED TV 사업은 하지 않겠다”던 삼성이 청색 O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차세대 아이템으로 낙점하다 보니 애써 OLED라는 용어를 지우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쨌든 10년 이상 공들여서 QD 소재 기술을 육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고 이를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적용한다는 점, 세계 처음으로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양산에 사용하겠다는 점 등 여러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는 면에서 박수 받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업계는 삼성이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에 투자하지 않으면 TV 사업 경쟁력이 향후 2~3년 내에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중국 패널을 대량 수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품 차별화를 시현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중소형 OLED 사업 성공에 취해 대형 기술 투자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삼성은 다소 자신감을 내보이며 차세대 투자에 나선 분위기다. 차세대 기술 대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크다.
이제 삼성과 LG 모두 LCD 출구 전략을 본격 가동하게 됐다. OLED와 QD라는 첨단 소재와 유관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 국가가 빠르게 흉내 내기 어려운 기술 초격차를 만들고 있다. LCD 1등이던 일본을 추격해 세계 1위로 올라선 것과 다른 성공 전략도 필요해졌다. 기술 완성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은 몇 배 더 필요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신기술 등장 속도는 더 빨라진 것도 주효하다. 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생태계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기업들이 자웅을 겨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국가 경쟁에서 초격차를 시현, 선두를 지키는 게 중요해 보인다. 수십 년 동안 암묵으로 유지된 업계 관행을 깨는 것, 사업 구조상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조금씩 변화가 보이고 있다. 주요 장비 협력사들이 핵심 고객의 경쟁사와도 사업 협력을 논의하거나 작게나마 첫 물꼬를 튼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한 장비 기업 관계자는 “국내 두 회사와 함께 사업할 수 있다면 중국 사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반이 안정된다”고도 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회사가 당장 좀 덜 성장하더라도 더 길게 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협력사 생태계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대기업의 구매 문화 변화가 남았다. 삼성전자가 LG의 LCD 패널을 소량 구매하는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미미하다.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윈윈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세트부터 부품·소재까지 벽을 깨는 전향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
배옥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