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제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만 나오는 상상 속 자동차가 아니다. 그동안 자동차 기술을 이끌어 온 제조업에 정보통신 기술을 더해 삶의 큰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빠른 시대 변화 흐름 속에서 자율주행 분야에서 앞서가기 위한 세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업계는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상용화 서비스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세종시를 자율주행 자동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서비스를 위한 첫 시동이 걸렸다. 이르면 내년 말부터 간선급행버스(BRT) 도로와 도심 공원 내에서 자율주행셔틀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자율주행 업계는 앞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높여 상용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세종시를 주목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7월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조치원읍 신흥리 일원 등 두 개 구역을 자율주행실증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지정 기간은 오는 2023년 6월까지 48개월이다.
세종시는 자율주행차 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자율주행차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기를 마련하고 상용화 거점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세종시는 가장 먼저 도심 특화형 전용공간 자율주행서비스를 실증 사업으로 진행한다. 일반도로 연계형 고속 자율주행 셔틀서비스를 실증한다. 세종터미널~세종테크밸리 BRT 노선 6.3㎞ 구간이 대상이다.
1단계로 차량 3대를 1개 노선에 투입해 안정성과 수용성, 사업화 가능성, 규제해소 등을 검증한다. 이어 1개 노선을 실증서비스에 추가 적용하고 사회적 수용성까지 확대하면 1단계 사업을 완료한다.
2021년~2023년까지는 2단계로 마을단위와 수요응답형 자율주행셔틀서비스를 실증한다.
주거단지 연계형 저속 자율주행 서비스 개발과 시범운영도 진행한다. 1.2㎞ 구간에서 1단계로 1개 노선 2대를 시작으로 2023년 최종 7개 노선 14대 차량으로 확대해 도심 특화형과 같이 2단계로 나눠 실증을 진행한다.
시민친화형 도심공원 자율주행서비스 실증도 한다. 도심공원인 중앙공원 내 1.3㎞가 대상이다.
내년 1단계로 1대 차량이 1개 노선으로 중앙공원 내 운행 안정성을 확보하면 2단계로 2021년까지 차량 4대 2개 노선 이상으로 운영 구간을 확대할 예정이다.
2022년 이후 3단계로는 운행 차량이 30대로 늘리고 중앙공원과 수목원 등으로 이어지는 셔틀 서비스를 상용화 한다. 이 같은 자율주행 서비스 실증을 위한 인프라로 미래차연구센터(Future Mobility Technical Center)도 구축한다.
이밖에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공유를 위한 기반도 구축한다. 공공부문 자율주행차량 운행 도입 시 필요한 데이터 수집·제공을 위해 자율주행 빅데이터 관제센터를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1단계로 내년까지 공유데이터 플랫폼 실증과 자율주행 실증 데이터 공유를, 2단계로 2021년까지 공유데이터 마켓 전국화, 자율주행산업 확산을 추진한다.
마지막 2022년 이후인 3단계로 글로벌 공유데이터 마켓을 형성해 글로벌 자율주행산업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세종시 규제자유특구는 자율주행차 운수사업자 한정면허 부여 등 실증특례 7건의 규제샌드박스와 도로법에 관한 특례 등 3건의 메뉴판식 규제특례를 적용한다.
우선 도심특화형 전용공간 자율주행서비스 실증을 위한 첫 번째 규제샌드박스로 일반 도심 내 여객 운수사업자 한정 면허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부대조건으로 실증차량은 국내 생산 자율주행차를 활용해야 한다. 다만 국내 기술이전과 비교연구 등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불가피한 경우 해외 도입차량을 허용키로 했다.
또 국토교통부 '자율차 임시운행허가' 안전기준을 통과한 차량만 사용하며 자율주행차 안전운전 가이드라인 기준에 따라 자율주행제어기, 긴급제동 장치 등에 관련 평가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차량에 자율주행차량임을 표시하는 장치 설치와 운전자가 탑승해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조건도 포함돼 있다. 만약을 위해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차량을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에도 가입해야 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영상기록장치 활용을 위한 실증특례도 부여했다. 자율주행차 실증·정보 축적을 위해 특례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영상기록은 개인 사생활 침해가 없도록 당사자 동의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해야 한다.
또 BRT 노선 구간 내 여객 운수사업자 한정 면허 실증특례도 부여했다. 도심특화형과 마찬가지로 국내 생산 자율주행차 활용 등 부대조건이 같다.
BRT 구간에 5~11인승 자율주행차 진입 실증특례도 부여했다. 사고 시 도로 긴급보수가 가능하고 대중교통 운행에 장애가 없도록 하는 등 안전사고 대책을 마련하는 조건이다.
만약 야간시간 운행 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버스 운행 시간 전 복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시민친화형 도심공원 자율주행 서비스 실증에는 모두 2가지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한다. 첫 번째가 도시공원의 금지행위에 관한 특례다. 실증차량과 안전, 보험 등 조건은 앞과 모두 동일하다.
도시공원에서 안전시설물 설치 허용관련, 공원시설의 종류에 자율주행차 관련 시설물 규정이 없더라도 설치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도 부여했다.
지자체에서 수립하는 공원조성계획에 전용주행로 구축과 각종 안전시설물 설치 등을 계획에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중앙공원 준공 이후 시민 개방 이전에 충분한 구조물에 대한 진단도 실시해야 한다.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공유를 위한 기반 구축에는 주행 중 수집한 각종 영상정보를 비식별 조치해 연구 목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자율주행차가 촬영한 개인 얼굴, 자동차 번호판 숫자 등 영상은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 조치해 활용해야 한다. 또 식별 가능한 영상자료 외부 반출을 금지하고 감독체계 마련 등 개인정보 침해 예방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메뉴판식 규제특례로는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도로 시설물 설치, 유지 및 보수를 위한 도로점용 △규제자유특구 내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술개발 후 특허 심사, 출원 등 소요기간 단축을 위한 우선 심사 △특구 사업자에 한해 위치정보수집 등 3가지다.
세종시는 규제자유특구에서 검증된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와 연계해 공공수요를 창출하는 등 자율주행차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세종시는 지난해 부산과 함께 5-1생활권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형 혁신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국가 시범도시로 선정됐다. 전체 2조4000억원이 넘게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세종 스마트시티 혁신 요소는 모빌리티, 헬스케어, 교육, 에너지·환경, 거버넌스, 문화와 쇼핑, 일자리 등 모두 7가지로 나뉜다. 이 중 모빌리티 핵심이 '자율주행과 공유기반 스마트 교통으로 출·퇴근이 짧은 도시 구현'이다. 자율주행 대중교통과 공유 기반 자동차 서비스로 쾌적하고 편리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규제자유특구 내에서 자율주행 셔틀이 안정성을 확보하고 상용화에 성공하면 곧바로 스마트시티에 적용할 수 있다. 민간 기업이 국내에서 개발하고 시험한 자율주행 대중교통 플랫폼이 스마트시티를 통해 또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국가산단과 세종테크밸리에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스마트시티까지 적용한다면 명실상부한 자율주행차 상용화 거점도시가 될 수 있다”면서 “자율주행 서비스는 시민 삶의 질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구 적용 규제샌드박스>
<세종시 규제자유특구 실증 단계별 계획>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