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내년 경영 화두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개방형 혁신, 수익성 다변화를 위한 시장 확대가 될 전망이다.
친환경 미래차·자율주행차뿐 아니라, 항공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면서, 중국 시장 회복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 개척도 중대한 현안이다. 끊이지 않는 국내 노사 대립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까지 핵심 화두로 꼽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며 '3세 경영'을 시작한지 13개월이 됐다. 그동안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과 유연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 인재 영입 등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세대교체부터 시작해 인재채용·인사관리·조직의 업무 방식 등 기업 문화를 빠르게 혁신했다.
올해 3월 인도의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약 3300억원)에 이어 4월 국내 스타트업 '코드42', 5월 유럽 고성능 전기차 기업 리막(약 1000억원)에 투자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선 2021년 국내 자율주행 친환경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목표로 미국 자율주행업체 올라에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유럽 '아이오니티'에도 지분 20%를 확보하며 유럽 내 초고속 충전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최근엔 자율주행차 개발의 공격적 행보로 미국 앱티브(APTIV)사와 합작법인을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그룹은 또 수직이착륙과 자율비행이 가능한 '초소형 개인항공기'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현대차그룹에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을 전담하는 '어반 에어 모빌리티(UAM) 사업부'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그룹 내부적으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지만, 미국계 펀드 엘리엇이 제동을 건 데 이어 의결권 자문회사들까지 잇달아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같은 해 5월 여러 의견들을 수렴해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1년 넘게 소식이 없는 상태다.
다만 올해 3월에는 현대차·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에 완승을 거두면서 개편 재추진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올해 보다는 내년에 전격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룹의 안팎 시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배구조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의 실적 개선속도가 더딘 점도 챙겨야할 핵심 과제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2889억원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으면서 위기설이 증폭됐다. 4분기 5011억원과 올 1분기 9249억원에 이어 2분기에는 1조2377억원으로 7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쎄타2엔진' 품질 관련 이슈로 9000억원의 손실을 입으면서 2분기에 이은 영업이익 1조원대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시장 실적 회복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중국 시장점유율이 2009년 9.8%에서 2012년 10.5%, 2014년 10.4%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5.3%로 절반가량 하락했고, 올해 들어 6월까지 점유율은 4.4%로 약 1%나 더 떨어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중국 시장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분산된 투자로 새로운 시장 공략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