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벤처붐은 대단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을 이었다. 성공사례도 다수 나왔다. 기업공개를 통해 대박을 터뜨린 회사가 생겨났다.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들은 투자금의 몇 배를 회수했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라는 벤처 특유의 문화가 정착되는 것처럼 보였다.
제1 벤처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996년 이후 만들어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결과물이었다. 묘목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4∼5년 후 열매가 맺혔다. 실제 고(故) 이민화 KAIST 교수를 비롯해 전하진, 조현정, 장흥순 등 1세대를 주축으로 설립된 벤처기업협회가 토대를 세웠다. 1996년 코스닥 시장이 설립됐고 그 이듬해 세계 최초 벤처특별법이 제정됐다.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 환경이 마련됐던 셈이다.
물론 거품 논쟁이 있었다. 2003년 후 벤처 거품론이 고개를 들면서 규제가 강화됐다.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도마에 올랐다. 벤처 정책은 그 이후 뚜렷한 변화 없이 흘러왔다.
요즘 제2 벤처붐 기대가 높아졌다. 엔젤투자 규모가 1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벤처투자,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최고 기록을 돌파했다. 창업 초기기업에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하는 소액 엔젤투자도 활발하다. 벤처 투자 관련 각종 지표가 2000년 당시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개인투자조합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302개 개인투자조합이 결성됐고, 올해 들어서도 8월 말 현재 165개 조합이 결성을 마쳤다. 요즘은 스타트업과 온오프라인(O2O) 등 비상장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일부 스타기업은 유니콘 대열에 들어섰다.
제2 벤처붐 열기를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규제완화 역시 체감지수를 높여야 한다. 투자금 회수 시스템도 정착돼야 한다. 세제 지원 등 다각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업의 자정노력도 요구된다. 도적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면 투자자 관심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투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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