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계 이목이 집중됐던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KBCC) 위탁경영 사업자 선정이 무산됐다. 정부 소유 '알짜' 생산시설을 값싸게 빌릴 수 있는 기회로 많은 바이오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모두 '기준 미달'로 탈락, 원점에서 사업자 선정을 재시작한다. 연내 사업자 선정이 물 건너가면서 공백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정 업체 밀어주기 논란 등 잡음도 지속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최근 KBCC 위탁경영 사업자 선정에 참여한 4개 기업과 컨소시엄에 모두 불합격 통보, 이달 중 재공고하다. 사업자 선정은 내년 초나 가능할 전망인데, 현 위탁 사업자 계약을 연장해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KBCC는 2005년 준공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000억원을 투입해 구축했다. 연간 생산 능력은 1000리터 규모로, 미국 cGMP와 유럽 EU GMP 등 글로벌 생산 기준까지 충족한다.
생산 규모는 작지만 동물세포, 미생물, 완제의약품까지 라인을 갖춘데다 항암제를 비롯해 빈혈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등 다양한 의약품 생산실적도 보유한다. 무엇보다 약 200억원 사용료만 내면 10년간 생산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알짜 매물'로 평가됐다. 바이오뿐만 아니라 제약, 타 업종까지 참여를 검토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입찰에 참여한 곳은 기존 사업자인 바이넥스를 포함해 유바이오로직스·아미코젠 컨소시엄, EDGC컨소시엄, 알테오젠 컨소시엄 등 네 곳이다. 신규 생산시설 확보, 사업 확장 등을 목적으로 치열하게 경합했지만 모두 평가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주관사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입찰 참여 기업 모두 기준에 미달하는 평가를 받았는데, 전체 평가에서 85%를 차지하는 기술평가가 낮은 곳도 많았다”면서 “11월말 현 위탁경영 계약은 종료되지만 연내 사업자 선정은 불가능하다. 내년 초까지 현 사업자와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관심이 집중되는 사업이다 보니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초 이번 사업은 바이넥스가 기존 사업자라는 어드벤티지와 함께 평가 점수도 가장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년간 매출, 수익을 과대 계산한 사실과 과징금 조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찰 자격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 바이넥스는 이 사실을 제안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현 사업자가 계약한 의약품위탁생산 건은 KBCC 위탁경영이 만료돼도 유효해 계속해서 생산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점, 기존 생산인력 승계 여부 등을 놓고 현 사업자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계약 조건이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첫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명시한 조항 때문에 기존 사업자가 위탁생산 계약이 남았으면 생산시설을 계속 이용할 수 있어 새 사업자는 사실상 2~3년은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면서 “공장 실사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는 등 바이넥스를 제외한 다른 기업이 전면 보이콧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교롭게 수주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바이넥스가 회계 오류, 과징금 사실을 제안서에 기재하지 않으면서 탈락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다른 기업도 다 탈락시키고 재공고한다는 점은 특정 기업을 밀어준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잡음을 최소화하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주관사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