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선진국 뺨치는 '해상풍력 R&D 사업화' 한전이 해냈다

해상풍력 환경모니터링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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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상풍력단지 주변 환경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주민 수용성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내·외부 수압차를 이용해 500~600톤급 해상풍력 기초구조물을 기존보다 30% 저렴한 가격으로 하루 만에 설치하는 신개념 공법이 국내서 처음 개발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본격 도약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해상풍력 환경모니터링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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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환경영향 한 눈에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은 해상풍력단지 주변 환경변화를 실시간 관측·전송하는 '해상풍력 환경모니터링 시스템 연구개발(R&D)'을 완료하고 서남해 실증단지에 시범 적용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서남해 2.5GW 종합추진계획' 발표를 계기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앞세운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본격화했다. 실증단지 100㎿, 시범단지 400㎿, 확산단지 2GW 등 해상풍력단지에 약 10조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러나 지자체 인·허가 및 주민 반발, 피해보상 등 현실적인 문제로 사업이 제대로 탄력을 받지 못했다.

연구원은 2016년 12월부터 해상풍력단지 주변 환경모니터링 시스템 R&D 과제에 착수, 3년이 채 안돼 기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대 이상 성과를 냈다.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기업 책무를 다했다는 평가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크다.

연구원이 개발한 환경모니터링 시스템은 △X밴드 레이더 △음향탐지기 △해상에 띄워 기상변화를 관측하는 부이 △무인선박 등을 활용해 반경 4㎞ 이내 파도·조류·기상·수질 등 환경정보를 실시간 관측하는 기능을 갖췄다. 관측 결과는 연구원이 개발한 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상황실로 실시간 전송, 환경정보가 필요한 사용자에게 즉시 제공된다.

우리나라에는 30㎿ 제주탐라해상풍력·60㎿ 서남해해상풍력 등 대규모 풍력단지 조성이 추진됐지만 발전현황을 살펴보는 기능 외에 단지 건설 전·후 주변 환경변화를 실시간 탐지하는 시스템은 전무했다. 소음문제·해양생태계 파괴 등과 관련된 주민수용성 문제를 과학적 근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사실상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상풍력단지 유지보수, 건설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사자가 직접 현장에 접근해 환경변화 등을 관측했다. 해상풍력 설비는 바닷물에 노출돼 부식에 취약하기 때문에 지속 관리가 필요하지만 기상에 따라 접근이 제한돼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했다.

덴마크의 경우 7년간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고서로 제작해 주민 설득에 적극 반영했던 것과 대조된다. 또 노르웨이는 레이더를 활용한 웨이브X 시스템을 개발, 해양환경 분석에 적용했고 프랑스도 음향을 활용한 관측기법인 3차원(3D) 스캐닝으로 항구 내 시설물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해양환경 관측에 레이더·음향 기술 등 다양한 관측방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해상모니터링 정보관리 시스템 성구내용 및 성과 발표 모습.
해상모니터링 정보관리 시스템 성구내용 및 성과 발표 모습.

연구원은 환경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무인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사자 안전 확보와 유용한 정보수집이 용이해졌다는 점을 긍정 평가했다. 또 환경모니터링 시스템이 해상풍력 구조물 하부 지형 변화는 물론 바닷물에 의한 부식 등 발전기 수명에 영향을 주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구원은 2020년까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대상으로 환경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관측 자료를 이용해 해상풍력단지 내 해상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해상풍력 시뮬레이터를 개발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은 단지 건설 및 운영에 직접 활용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며 풍력단지 인근 해역 선박운영·어업활동에 대한 내용도 가이드라인에 포함, 주민 불만해소에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또 시뮬레이터는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단지에 미치는 피해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미리 제시하는 방향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김민석 재생에너지연구실 선임연구원은 “현재는 해상풍력단지 주변 환경변화 관측 정보를 지리정보시스템과 연계해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환경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해상풍력 연구로 주민수용성 향상과 재생에너지 부정인식 개선을 이루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개념 해상풍력 설치공법

한전 전력연구원은 수압차를 이용해 해상에서 하루 만에 풍력발전기 기초공사를 마칠 수 있는 '해상풍력 석션버켓 공법' R&D를 완료하고 3㎿ 상용터빈에 적용·운전, 기술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검증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형 해상풍력 발전기를 바다에 설치하기 위해 말뚝을 해저지반에 항타하는 방식으로 기초공사를 했다. 풍력발전 구조물이 '못'이라고 가정한다면 '망치'로 내리쳐 해저지반에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500~600톤 해상풍력 기초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 3000톤 대형크레인을 현장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이 불가피했다.

연구원이 R&D에 성공한 석션버켓은 수압차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무진동·무소음 설치공법이다. 대형강관 파일을 해저면에 거치하고 상부에 설치된 석션펌프를 가동해 물을 배출하는 방식으로 파일 내외부 수압차만을 이용해 풍력터빈을 바다에 설치하는 신개념 기초설치공법이다. 설치선박·해상크레인 등 대형장비 사용을 최소화하고 설치시간도 하루 이내로 짧다. 공사일을 기존보다 29일가량 단축하는 효과다.

석션버켓 기술을 활용해 해상풍력 기초구조물을 설치하는 모습.
석션버켓 기술을 활용해 해상풍력 기초구조물을 설치하는 모습.

경제성도 높다. 석션버켓은 기존 자켓공법 대비 제작·설치비가 30%이상 절감, 5㎿ 풍력터빈 기준으로 기당 30억원이 줄어드는 효과를 유발한다. 서남해 해상풍력 시범단지 하부기초 50%를 석션버켓으로 대체할 경우 1800억원 건설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연구원은 육지에서 구조물을 일괄 조립해 해상으로 이동 설치하는 '일괄설치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미국 국제학회(DFI) 연례회의에서 국내 최초로 '올해의 최우수 프로젝트상(Outstanding Project Award)'을 수상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정부지원과제 최종평가에서 풍력분야 최우수과제에 선정돼 석션버켓공법 기술 우수성을 입증했다.

유무성 재생에너지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석션버켓 해상풍력시스템은 지난해 3월 상용운전 이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누적발전량 약 7GWh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