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폭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선 각계 의견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권 회장은 21일 사과문을 내고 “부덕함으로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 그 어떤 구차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선 “관계되는 각계 각층에 계신 많은 분들의 의견과 뜻을 구해 따르도록 하겠다”며 “조직이 빨리 안정을 되찾아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들이 중단 없이 추진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권 회장 폭언 논란을 두고 증권업계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은 평소에 신사적이지만, 술을 마시면 난폭해지고 아래 직원들을 나무라는 스타일”이라며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불거졌는데, 협회장이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직언을 못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업계 쪽에서 갑질 논란이 불거진 게 오랜만인데, 이번 일이 업계 전반 사기를 떨어뜨리진 않을까 우려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한 매체는 권 회장이 운전기사와 직원 등에게 폭언을 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상의 권 회장은 술에 취한 듯한 목소리였다.
녹취록에 따르면 권 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오늘 새벽 3시까지 술 먹으니 각오하고 오라”고 말했다.
운전사가 “아이 생일”이라며 난처해 하자, “미리 얘기 했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는다”라며 면박을 줬다.
또 홍보담당 직원에게는 “애들이 패는 방법을 선배들이 안가르쳐 줬단 말이야. 네가 기자들 죽여 패버려”라며 기자들을 위협하라는 발언을 했다. 다른 술자리에서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지난해 1월 금융투자협회 선거에서 당선됐다. 임기는 2021년 2월까지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