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이마트가 관료 출신 '전략통'을 구원투수로 영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인력 엔진을 새롭게 쇄신, 실적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부문은 21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강희석(50) 베인앤컴퍼니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를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에는 전략실 관리총괄 한채양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번 인사의 초점은 기업 면모를 일신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인력 쇄신에 맞춰졌다. 6년 동안 이마트를 이끈 이갑수 대표가 용퇴한 자리에 사상 처음 외부 인사를 수혈했다. 또 기존 관행을 깨고 이마트 부문만 인사를 앞당겨 실시했다. 형식과 내용 모두 파격이다.
그만큼 그룹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적자(299억원)를 기록했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초저가 승부에 나섰지만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든 대형마트의 전망은 어둡다. 회사 관계자는 “노브랜드와 피코크 성공에 젖어 위기를 너무 안일하게 바라봤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생존을 위한 혁신을 외쳤지만 기존 오프라인 출신의 '이마트적 사고'로는 변화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외부 인사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69년생의 젊은 피인 강 신임대표는 농림수산부 관료 출신으로, 2005년부터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소비재·유통 부문 경력을 쌓아 온 유통 전문가다. 글로벌 유통 흐름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유통전쟁과 관련해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강조해 온 만큼 정 부회장이 그리는 이마트 청사진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여년 동안 이마트 컨설팅 업무를 맡아 온 만큼 더욱더 객관화된 시각에서 회사의 위기를 진단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젊은 이마트'를 위한 정 부회장의 결단으로 읽힌다. 전임 대표보다 열 살 이상 어린 50대 초반의 젊은 리더를 선택하며 차세대 인재로 세대 교체를 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인력 쇄신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상품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하고, 신선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선식품담당 역시 신선1담당과 신선2담당으로 재편했다.
온라인채널에 맞선 대형마트 전략 상품인 식품 부문에서 경쟁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또 현장 영업력 극대화를 위해 고객서비스본부를 판매본부로 변경하고, 효율 높은 업무 추진을 위해 4개의 판매담당을 신설했다.
강 신임대표가 이끄는 이마트는 정 부회장의 전폭 지지 아래 기존보다 유연하게 신사업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점포 구조조정과 자산 유동화 등 이마트가 진행되고 있는 위기대응 전략도 더욱 세밀하게 재정립할 것으로 점쳐진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고 실력 있는 외부 인사를 과감히 기용했다”면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철저히 검증된 인재를 중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