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12~13세기 중국 남송시대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굴됐다. 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이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활발한 교역과 교착지 역할을 해 왔음을 확인시켜 준다.
21세기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는 1000년 전처럼 철도를 운송 수단으로 동아시아를 하나로 묶고, 동북아 평화경제 시대를 새롭게 열어 가자는 것이다. 즉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의 가교 국가가 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이끈다는 담대한 구상이다. 남북 철도 사업을 단순한 교통물류 사업이 아니라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지향하는, 현실적인 대외정책 수단으로 가져가자는 것이다.
과거 제국주의 산물이자 식민지 경영의 상징이던 철도가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통합해 유럽연합(EU) 결성을 앞당긴 것처럼 동아시아 철도 사업은 유럽-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공동체를 촉진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경쟁은 기업 대 기업 또는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네트워크 대 네트워크 구도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가 연결되면 수송 시간 및 비용 절감 등으로 남북 간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대륙경제권과 협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동해선·경의선을 통해 환동해 경제벨트와 환서해 경제벨트라는 두 개의 작은 톱니바퀴를 움직여서 북방의 대륙경제권과 남방의 해양경제권이라는 두 개의 큰 톱니바퀴를 돌리는 것으로 진정한 가교 국가의 프레임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 창출, 북한 경제 성장 및 변화 견인, 남북경제공동체와 그에 따른 평화 번영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로 확산시키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핵심인 북한 철도 현대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함께 외국 자본의 최대 투자처가 될 것이다. 그때 이르러 준비한다면 많은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이보다 앞서 남북간 철도 협력을 통해 한반도 통합철도망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철도 운영 궤도, 전력, 신호 등 기술 분야별 상호 운영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해 4월 러시아 철도기술연구원과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연구개발(R&D) 및 기술협력 증진 협약을 체결했고, 궤간가변대차와 대륙화차의 연결기 및 제동장치 등 관련 부품에 대한 공동 연구 및 성능 시험을 진행해 오고 있다.
앞으로도 동북아 공동화차 핵심 장치의 러시아 성능 시험 및 인증 진행, 충북 오송의 동북아공동화차 시험선을 활용한 시험 운행 등 남북한뿐만 아니라 몽골, 중국, 러시아에서 운행할 수 있는 동북아 공동화차 기술을 완성해 갈 계획이다.
동북아 공동화차 연구 성과는 미래 한반도 통합 철도망 구축을 위한 남북 간 공동플랫폼의 기반이 될 것이다. 또 제재가 풀리기 전의 실태 조사와 연구 활동은 앞으로의 시공 기간을 단축하고 북한 철도 현대화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남북 철도 연결로 한반도의 미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섬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가는 길, 세계로 이어지는 길을 연결하는 것이다. 지금 눈앞에 다가온 평화 시대는 저 광활한 대륙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우리의 준비와 노력,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hsna@kr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