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한국의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서원 등재 배경 돋보기 해석

[신간 안내]한국의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서원 등재 배경 돋보기 해석

2019년 7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9개 서원이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한국의 서원'은 성리학의 이념으로 설립된 조선시대 교육기관이다. 소수서원(경북 영주),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무성서원(전북 정읍), 필암서원(전남 장성),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조선시대에 향교와 견주는 서원이란 교육기관이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서원을 신문화가 등장한 이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과거 유산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서원이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지정되자 그야말로 놀란다. 서원이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세계적으로 중요한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이를 전혀 몰랐거나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서원에 대한 국내 출간물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데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국의 서원'은 2011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고 2013년에는 '2015년도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되었는데 2016년 4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반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신청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는 데 이는 그야말로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등재 후보지가 '문화유산'일 때는 ICOMOS가 현지 실사를 포함한 해당 유산에 대한 광범위한 심사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서원'은 등재 신청 자체를 해당 국가에 돌려보내는 '반려(Defer)'였다. 등재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등재 불가(Not Inscribe)'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평가이긴 하지만 등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란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ICOMOS에서 반려로 판정되자 한국은 일단 세계유산 신청을 철회한 후 계속적으로 서원의 등재를 추진하면서 ICOMOS와 긴밀하게 연결 자문을 받아 신청 내용에 대한 보완을 지속하면서 2018년 1월 최종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이는 매우 위험한 결단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단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음에도 탈락하면 서원이라는 명목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영구히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인데 역으로 말한다면 그만큼 한국 측의 준비가 철저했음을 의미한다.

결과로만 보면 이러한 노력은 응분의 성과를 거두었다. 한마디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불가하다고 완곡하게 거절한 '한국의 서원'이 많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9년 7월 최종 등재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원을 기초부터 분석한 후 9개의 서원을 일일이 답사하여 그 실상을 낱낱이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제1부는 조선 특유의 사립학교인 서원에 들어가기 전 조선시대의 교육기관인 서당, 향교, 성균관에 대해 설명한다. 이들을 제외하고 한국의 서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2부는 서원이 태어나게 되는 배경을 설명하고 제3부는 서원이 탄생하는 원동력인 사림(士林)을 비롯한 서원에 대한 기본정보를 담았다. 우선 서원의 주체세력인 사림은 조선 초기 소위 비제도권에 속했는데 결국 집권세력이 되어 한국 정치사의 핵심으로 붕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조선 특유의 사화(士禍)가 개제된다. 서원을 보다 이해하기 위해 훈구파, 사림파를 비롯하여 사화에 대해 집고 넘어간다.

제4부는 서원 건축에 대해 설명하고 제5부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9개 서원에 대한 상세를 답사를 통해 설명한다.

서원이 유네스코세계유산에 지정되었다는 것은 세계인들에게 세계적인 유산으로 인정될 만큼 중요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전통 건물을 볼 때마다 '뭐가 뭐고 어떻게 다른지 헷갈린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런 불가사의한 면이 듬뿍 들어있기 때문에 서원을 비롯한 한국의 건축물들이 계속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어렵게 생각하는 우리의 유산을 친절한 설명과 현장 답사를 엮어 서원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들도 보다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서원에 대한 설명을 현장에서 비교해보면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지명된 서원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진·글 이종호/ 도서명 한국의 서원/ 발행·공급 진한엠앤비

◇저자 이종호 소개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와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문부성이 주최하는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연구했다.

과학기술처장관상, 태양에너지학회상, 국민훈장 석류상을 수상했다. 기초 없이 빌딩을 50층 이상 올릴 수 있는 역피라미드 공법을 비롯해 특허 10여 개를 20여 개국에 출원하는 등 이론과 실제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전2권),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전2권), 과학문화유산답사기(전4권), 미스테리와 진실(전3권), 황금 보검의 비밀, 과학삼국유사, 과학삼국사기,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파라오의 저주, 천재를 이긴 천재들(전2권),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 노벨상이 만든 세상 등 100여 권을 집필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