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인공지능(AI) 정부가 되겠다”며 AI 분야를 새로운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키워 내겠다고 선포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AI를 바탕으로 경제 체제 대전환을 위한 'AI 국가전략'을 제시한다. '추격자' 꼬리표에서 벗어나 AI 산업을 선도 육성할 세부 계획을 담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데뷰(Deview) 2019' 행사에서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데뷰는 2008년부터 네이버가 주최한 소프트웨어(SW)·AI 분야 연례 콘퍼런스다.
문 대통령은 청년 기업인, 개발자, 학생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AI가 제조·서비스·의료·금융 등 기존 산업 문제를 지능화해서 해결하는 신산업의 핵심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AI는 과학기술 진보를 넘어 '새로운 문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면서 “산업 영역에 그치지 않고 고령화 사회의 국민 건강, 독거노인 복지, 홀로 사는 여성의 안전, 고도화되는 범죄 예방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개발자가 마음껏 AI를 실현할 수 있도록 규제 혁신에 나서고, 기업이 자신있게 AI 분야에 투자해서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 스스로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AI 정부' 비전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넘어서는 AI 기반 디지털 정부로 탈바꿈하고 환경, 재난, 안전, 국방 등 국민 삶과 밀접한 영역부터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연내 데이터 3법의 통과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AI 국가 구상'을 기반으로 올해 안으로 'AI 국가전략'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데이터경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시스템반도체,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등 기존의 산업 육성정책 차원을 뛰어넘는 국가 차원의 비전과 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요소인 AI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다. 머뭇거리면 AI 선진국을 따라잡을 기회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가전략 발표 계획을 언급한 것은 AI 지원 의지를 잘 보여 주는 대목”이라면서 “정부는 AI 분야 인력·예산을 확대하고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전면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네이버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인공지능 연구(AI R&D) 벨트' 구상을 밝혔다.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에 맞설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 11월 말 AI와 로봇 분야 세계 석학들이 프랑스 그르노블 네이버랩스유럽에 모여 진행할 워크숍이 '글로벌 AI 연구 벨트'의 출발점이다.
네이버는 국내외 유수 대학과 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향후 포함 지역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연구 벨트가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중심으로 한 미국과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중심으로 한 중국의 엄청난 기술력에 견줄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흐름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