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장수 전문경영인(CEO) 최양하(70) 한샘 회장이 전격 퇴임한다. 지난 1994년 조창걸 명예회장 뒤를 이어 한샘 대표이사에 오른 지 25년 만이다.
한샘은 10월 31일자로 최양하 회장이 자진 퇴임한다고 밝혔다. 11월 1일 사내 월례조회를 통해 회장직 퇴임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후임 전문경영인으로 강승수(54) 부회장이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강 신임대표는 한샘 미래 성장전략과 중국사업을 총괄해 왔다.
최 회장은 국내 500대 기업 중 보기 드문 최장수 CEO다. 1979년 한샘에 입사한 최 회장은 한샘을 매출 2조원 규모의 국내 인테리어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최 회장이 대표로 선임된 1994년 당시 1000억원 규모였던 한샘 매출은 20년 후인 2014년 1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 매출 2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직원 성폭행 이슈와 주택 경기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부터 실적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한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9285억원으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8534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 3분기 한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0.3% 감소했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4104억원으로 8.0% 줄었다.

한샘은 후임 강승수 대표를 중심으로 최 회장이 구상한 리하우스 사업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공간을 판매한다'는 사업전략으로 선보인 리하우스 사업은 한샘의 독자적 사업모델로 자리 잡았다.
리하우스는 인테리어 설계에서 발주, 물류, 시공, AS까지 인테리어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서비스로, 월평균 800세트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한샘은 리하우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대리점 수를 작년 82개에서 올해(3분기 기준) 416개로 늘렸다. 내년에는 5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최 회장은 그동안 후배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사업 기회 마련의 뜻을 밝혀온 만큼 퇴임 후에 이와 관련한 청사진을 구상할 계획이다.
최양하 회장은 “한샘은 사실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가 많은 회사다.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한 번쯤 정리해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내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후배 양성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