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글로벌 완성차 '노사분규' 드물어…한국, 경쟁이 되겠나"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한국 자동차산업은 큰 난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안전과 친환경, 노사 관계를 비롯해 중국 등 해외 경쟁 격화, 4차 산업혁명 확산에 따른 제조업의 변화, 미래차 경쟁 등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부품 공급업체, 유통과 서비스 업체, 학계, 연구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한 기업 내에서 경영자와 근로자, 주주들이 맡은 역할과 원활한 협력이 담보될 때 작동될 수 있는 전형적 시스템 산업이다. 소수 다국적 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전형적 글로벌 산업이기도 하다. 생산 시스템과 정부 관련 제도와 규범 등이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나면 살아남기 쉽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국내 완성차 5개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이러한 문제와 도전, 산업 특성을 고려해 회원사와 정부 간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자동차산업 도약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협회를 이끌고 있는 정만기 회장은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책적 실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계 움직임과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등 외부기관과 소통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정 회장을 만났다.

김승규 전자신문 전자자동차유통부장(왼쪽)과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김승규 전자신문 전자자동차유통부장(왼쪽)과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대담=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

-자율주행차와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자동차산업이 큰 격변기를 맞고 있다.

▲엄청난 격변기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포화되면서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작년 1% 성장에 머물렀고 올해는 마이너스다. 자동차산업이 위축된 것은 중국 시장 영향이 크다. 지난해 중국이 처음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중국 자동차산업 침체에 한국과 미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전기 동력차 시장도 변혁을 맞았다. 매년 400만대 전기 동력차 신규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100만대를 넘었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도 100만대 시대에 진입했다. 한국도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차량보다 기술이 중요하다. 현재 레벨 2~3단계, 향후 4~5단계까지 상용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 여기서 어떻게 생존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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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시대를 앞둔 한국 자동차산업 현황과 기회 요인은.

▲한국 자동차산업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 제조사의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900만대를 넘어섰다가 800만대까지 떨어졌고 국내 생산도 450만대에서 400만대로 줄면서 글로벌 순위도 5위에서 7위까지 밀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자동차 업계는 임금과 노사 관계, 규제 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멀어지고 있다. 생산성 저하가 가장 큰 요인이다. 대외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도 어렵다. 특히 노사 분규가 문제다. 일본 토요타는 지난 60년, 최근 파업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앞서 12년간 노사 분규가 없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제조사들은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이 크다. 토요타나 폭스바겐과 비교하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5% 높다. 인건비 비중은 매출액 대비 12% 수준인데 토요타는 5.9%, 폭스바겐도 10% 미만이다. 인건비가 높다 보니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한국은 배터리와 IT 산업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향후 자동차 업계가 요구하는 네트워크 장비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 꼭 강하다고 볼 수도 없다. 최근 현대차가 자율주행 업체 액티브와 합작사를 설립했다. 긍정적 부분도 있지만, 배경을 보면 그만큼 한국이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에 취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 산업계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미래차 산업은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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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산업도 위기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최근 완성차 업체가 어려운 국면에 있다 보니 관련 부품 업체들도 어렵다. 부품산업에 대기업 낙수효과가 크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미래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동차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할 수 없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로 가는 건 기존 부품 업계에 큰 도전이다. 먼저 부품 수가 확 줄어든다. 내연기관차가 2만5000개에서 3만개에 달하는 데 비해 전기차는 1만5000여개, 수소차 2만여개로 부품 업계에 불리하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기계라기보다 전자 부품에 가깝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에 뒤처지면서 7위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도 되기 때문에 앞으로가 중요하다. 과거 자동차산업이 완전히 성숙된 상태에서도 한국은 이만큼 성장했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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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산업에 노조 리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개선 방안이 있다면.

▲올해 고무적인 일이 생겼다. 현대차는 매년 노사 갈등을 겪었지만, 올해는 노사 분규 없이 넘어갔다. 이런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산업 이해 관계자들이 글로벌 경쟁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토요타와 포드, 폭스바겐, 르노 사례를 보면 노사 분규는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그들의 노조가 약한 게 아니라 깨어있는 것이다. '일자리냐, 단기 이익이냐' 현실을 보고 일자리 보존이 먼저라 판단했다. 노동 유연성도 마찬가지다. 생존을 위해 임금이 생산성 범위 내에 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생산 체계다. 다국적 기업들이 40~50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고용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임금이 동일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생산 체계에서 일자리를 보존하려면 임금이 떨어지고 유연성이 높아져야 하는데 한국은 뒤처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글로벌 경쟁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GM 본사는 4년마다 임금 협상을 한다. 우리는 1년마다 임금, 2년마다 단체협상을 한다. 제도 자체가 노사 분규를 조장할 소지가 있다. 이를 잘 아는 이해 관계자가 많지 않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해야 한다.

-광주형·군산형 일자리 모두 자동차산업이다. 지역형 일자리에 관한 생각은.

▲여러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양질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졌다. 임금을 낮추고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어울리면서 경직된 노사 관계에서 유연성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 기업에서 유연성이 발휘될 수 없다 보니 변칙적 방법이 나왔다.

광주형 일자리는 경형 자동차를 만든다. 현대차 경우 소형차 이하는 단가가 맞지 않아 국내 생산을 못 한다. GM도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집중하는 게 소형차 생산으로는 단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형차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경차를 만드는 광주형 일자리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군산형 일자리는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을 받고 들어오는 창구 역할이 될 우려가 있다.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 배터리 산업 중심으로 꾸려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군산형 일자리에 참여한 기업과 제품을 얼마나 현지화 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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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타다 불법 이슈로 시끄럽다. 서비스로서의 자동차산업을 어떻게 보나.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자동차 공유는 승용차를 정보화해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 하나의 시장을 생성하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대중교통 업계가 반발하겠지만, 당연히 공유 서비스가 확산되는 게 맞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인류 가치 측면에서도 그렇다.

자동차 제조사가 공유경제 때문에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다. 자동차는 내구 연한이 지나면 교체해야 한다. 안타는 차량을 공유하면 사용이 늘어나고 교체 시기가 빨라진다. 과거 차량을 이용하지 않던 엄마와 아이들도 공유 서비스로 이동하게 된다. 결국 자동차 수요는 늘어난다. 이렇게 보는 연구자들이 많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다. 완전 자율주행이 되면 운전면허가 필요 없다. 운전을 못 하는 사람이 자동차를 살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다. 오히려 도로 혼잡이 늘고 복잡해진다. 차량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는 플라잉카 등장도 이런 배경이 있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동안 협회는 정부 정책을 업계에 확산하고, 이해관계를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했다. 이보다 한 발 나아가 연구와 조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스스로 비전과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책을 찾는 연구소 기능을 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협회가 박사를 채용해 분야별 전문 연구 분야를 갖추고 있다. 외부 인재를 영입해 협회가 연구 조사 중심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국내에 자동차 싱크탱크가 많지 않다. 협회가 중립적인 차원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싶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정만기(60) 회장은 올해 1월부터 한국자동차산업협회를 이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보직을 거친 그는 자동차산업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원 춘천 출신인 정 회장은 중앙고, 서울대 사범대학과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제10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 회장은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개발과장과 산업통상기획관,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행정관,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과 대변인, 기획조정실장을 거쳤다.

이어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2014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 2016년 8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지냈다.

현재 정 회장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물론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자동차부품연구원, 한국자동차공학회,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자동차산업 관련 6개 기관 연합체인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을 겸임하며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수소모빌리티+쇼' 조직위원장을 맡아 성공적 행사 개최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주최하는 수소모빌리티+쇼는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업간거래(B2B) 전시회로 내년 3월에 고양 킨텍스에서 처음 열린다.

정리=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사진=김동욱 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