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통업계 발걸음도 바빠졌다. 중국인 고객에게 더 큰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전용 모바일페이와 제휴를 맺거나 신규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추세다.
3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54만1350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24.6%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중국인 관광객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1% 늘었다.
2017년 중국 당국의 한한령(限韓令) 조치로 급감했던 인바운드 관광이 빠르게 회복되는 양상이다. 자취를 감췄던 인센티브 단체 관광객도 다시 한국을 찾으면서 유통업계 기대감이 커졌다.
국내 유통업체는 중국 관광객의 편의성을 돕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확대 도입하고 있다. 중국 현지와 비슷한 결제 환경을 제공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날부터 중국 알리페이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인 '스마일 투 페이'를 도입했다. 중국인이 주로 찾는 본점 설화수 매장을 시작으로 연내 10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신세계면세점도 명동점과 인천공항점 등 약 40개 매장서 위챗페이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외 해외에선 신세계면세점이 최초다.
면세점들이 신기술 결제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한 것은 모바일페이를 주로 사용하는 중국 고객의 결제 편의성을 돕기 위해서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빠른 거래 승인과 결제 속도로 대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중국인 고객의 쇼핑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5년 알리페이를 시작으로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중국 모바일페이는 관광객이 주로 찾는 유통 매장에선 필수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알리페이는 주요 면세점과 백화점, 편의점 등 수 만개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보했다.
롯데백화점이 2015년 알리페이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자 이듬해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도 알리페이 시스템을 잇달아 선보였다. 작년에는 롯데마트까지 알리페이 결제를 전격 도입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카드 프로모션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에서 은련카드로 100만·200만원 이상 결제시 8%를 상품권으로 증정한다. 신세계 역시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에서 50만원이상 구매시 상품권 2만5000원권을 증정한다.
편의점도 중국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효과를 봤다. CU에서는 지난해 중국 모바일페이 결제 건수가 전년 동기대비 8배가량 상승했다. CU는 알리페이·위챗페이·유니온페이 결제 시스템을 모두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현금보다 모바일 간편결제를 애용하는 중국인 고객 특성에 맞춰 국내에 같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라며 “한국 가맹점 확대를 원하는 중국 페이먼트사와 더 많은 중국인 고객을 유치하려는 국내 유통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