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와 블라블라카(프랑스 카풀 서비스) 중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 이미 이용자들은 편한 블라블라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를 강요당하게 될 겁니다.”
세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 국무장관은 한국계 프랑스인이다. 1982년 프랑스 오베르뉴 지역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오영석 전 한국과학기술원 초빙교수다. 2017년부터 마크롱 대통령 디지털경제 보좌관으로 활동하다 올 3월 디지털 담당 국무장관에 임명됐다.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4일 방한했다.
현재 프랑스는 디지털 경제로 산업구조 전환을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 중이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친기업 조세 정책을 펴 투자 유치에 힘썼다. 이번 오 국무장관 방한의 주된 목적 역시 투자 유치와 기술 교류다. 그는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같은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국무장관은 “프랑스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제화 노력이 필연적이다. 더 많은 해외 자본과 기업을 유치하고자 한다”며 “한국과 프랑스는 주권 수호에 관심이 많고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도 대단하다. 미중 무역전쟁 상황에서 대응책을 찾기 위해서라도 양국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나 내수시장 크기 측면에서도 양국은 같은 문제를 공유한다. 프랑스는 언어장벽 문제로 영어 문화권 진출이 쉽지 않다. 6500만 프랑스 인구는 신생 기업의 글로벌 진출 의지를 약화시키면서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기도 어렵게 한다. 미국은 내수 시장 잠재력이 크고 이스라엘은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조준한다.
한국과 교류 확대는 프랑스 기업의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기도 하다. 한국은 5세대(5G) 통신기술과 배터리 산업에, 프랑스는 인공지능(AI)과 우주항공 산업에 강점이 있다. 양국 산업 특성이 상호 보완적으로 도움이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협력 강화를 겸해 2020년 마크롱 대통령 방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 특수성도 언급했다. 오 국무장관은 “한국은 우버가 전혀 활성화되지 않았다. 카카오택시라는 대체 서비스가 있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당국에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며 “문화적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택시산업과 블라블라카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전통기업과 신사업 간 대립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 표현 중에 '태평양에 댐을 설치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며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자리, 경제 주권, 나아가 정체성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재자로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존 택시를 지원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교육과 재교육 분야에 많은 개혁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변화에 수반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전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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