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결제하는 시대가 열린다. 한국이 '카(CAR) 커머스' 시장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PC와 스마트폰에 이어 3대 디바이스로 꼽히는 자동차가 새로운 커머스 수단으로 떠올랐다.
현대차, GS칼텍스, SPC 등 대기업은 물론 금융사와 오윈 등 스타트업이 한국형 카 커머스 상용화를 위해 초대형 진영을 형성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가 올 연말까지 300개 직영점에 카 커머스 결제를 적용한다. 500여명의 시범 사용자를 뽑아 테스트를 하고 있다. 하루에 약 50건의 결제가 일어나고 있다.
직영점 연동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주유소에 적용한다. 자동차 내부에서 주유량을 결정하고 결제를 한 뒤 자동차를 몰고 주유소에 진입하기만 하면 된다.
에쓰오일과 SK주유소도 카 커머스 결제를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 통합은 카 커머스 전문 기업 오윈이 맡는다.
현대차는 이달 말 출시를 앞둔 제네시스 GV80에 모든 결제가 가능한 인카페이먼트시스템(ICPS)을 임베디드한다. <본지 2018년 11월 2일자 참조>
해외 자동차 제조사도 아직 적용 사례가 없다. 세계 첫 상용화가 유력하다. 차량이 곧 신용카드가 되는 간편결제 서비스 기능을 탑재한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한국에서 독자 개발했다.
현대차가 개발을 완료한 6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독자 차량용 운용체계(OS)인 커넥티드카운용체계(ccOS)를 기반으로 탑승자와 자동차 연결성을 강화한다.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결제는 물론 제휴 멤버십 사용, 적립까지 한 번에 자동으로 이뤄진다.
현대차는 차량 내 간편결제 기술 구현을 위해 SK에너지, 파킹클라우드 등 주유·주차 회사를 비롯해 현대·신한·삼성·롯데·비씨·하나 등 6개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통 부문에서는 SPC그룹이 참여했다. 던킨도너츠 서울 강남점과 선릉점에서 카 커머스 파일롯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 계열사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그 외 400여개 음식·유통 가맹점이 자동차 결제 시스템 연동 작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한 자동차 결제 시장에 금융사도 배수진을 쳤다. KB국민카드를 시작으로 대형 신용카드사들이 자동차 결제 진영에 발을 담근다.
국민카드는 오윈과 손잡고 하이패스 카드를 활용한 커넥티드카 시범 서비스를 추진한다.
디지털 전자카드(하이패스 카드)를 활용, 부여 받은 '자동차 식별번호(Car ID)'와 사용자·차량·카드 정보를 커넥티드카 서비스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오윈 픽'에 등록하면 '저전력 블루투스 기능'(BLE)을 통해 자동차 안에서 위치 기반 주문과 자동 결제가 지원된다.
식음료점 결제를 지원하는 스마트 픽업 서비스까지 매장 직원을 통하지 않고 모바일 앱에서 이뤄진다. 방문 매장과 메뉴 선택은 물론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국민카드에 이어 신한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도 곧 하이패스 연동 카 커머스 사업에 뛰어든다.
카 커머스 범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커넥티드카 외에 일반 자동차 대상 커머스 연동 작업도 추진된다. 일반차는 인터넷과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거잭에 별도의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을 융합한다. 시거잭 안에 자동차 밖으로 보낼 수 있는 신호체계를 덧입혀 커넥티드카 성능을 갖추게 하자는 것이다. 인터페이스 조작은 스마트폰과 연동한다. 하이패스 카 커머스처럼 자동차식별번호를 융합해 활용한다.
대기업부터 금융,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카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형 협력진영이 꾸려지고 있다. 한국 결제 시스템을 조기 정착시켜 국제 표준으로 제안하는 중장기 전략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방산업도 들썩였다. 카메라, 적외선, 음성인식, 초음파, 미세전자제어기술(MEMS) 센서, 5세대(5G) 이동통신, 사이버보안, 메카트로닉스, 빅데이터 처리, 인공지능(AI) 센싱 등 수백가지 후방 사업이 카 커머스 도래로 새 전기를 맞았다.
해외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한판 격전도 예상된다.
아마존은 포드와 제휴, 음성비서 알렉사를 탑재했다.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구글이 웨이모 접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바이두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애플, 바이두, LeTV 등 글로벌 기업은 스마트폰에 이어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플랫폼 선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OS 장악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