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시행된 상호접속기준 고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오픈넷 등 진보성향 단체를 중심으로 상호접속고시 적정성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이통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가 경쟁할 필요 없는 상황을 조성하고, 오히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제공자(CP) 유치를 회피하게 되는 구도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이클 지스트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7일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세미나'에서 화상연결을 통해 캐나다 정부의 통신 종량제 정책이 미친 악영향에 대해 소개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통신요금이 가장 비싼 나라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올해 총선에서도 통신비 인하 이슈가 중요한 선거 의제로 다뤄졌다. 과거 캐나다 정부는 통신사와 케이블 사업자가 각 지역을 지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지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사업자 통신 네트워크를 개방해 도매 판매를 강제했다. 국내 알뜰폰(MVNO)과 유사한 개념이다.
당시 통신사는 상한이 있는 부분 종량제 상품을 제공하고 있었고, 접속권을 통신사로부터 도매 매입한 소매 사업자들은 상호 경쟁을 위해 무제한 인터넷 상품을 이용자들에게 공급했다. 그러나 통신사들이 이를 문제 삼았고, 캐나다 통신규제기관인 CRTC가 인터넷 도매 접속권을 종량제로 팔 수 있게 승인하면서 소매 접속권 역시 종량제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무제한 요금제가 사라졌다.
캐나다 국민들은 선택권이 사라졌다는 측면에 대해 분노를 드러냈다. 온라인 서명운동을 통해 50만명 이상이 종량제 철폐에 서명했다. 반발 정서가 시위로 이어지자 CRTC는 도매 시장에서 종량제를 폐기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지스트 교수는 “중소인터넷 업체와 소비자가 정책 파트너로서 활동하면서 효과적인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는 국내 상호접속기준 고시 제도가 같은 맥락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발신자 종량제는 소비자가 많이 찾는 기업 고객을 호스트한 통신사가 경쟁 네트워크로 더 많은 발신을 해야 한다. 발신할수록 손해니까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서비스를 호스트할 동기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통 3사가 점유율을 과점하는 상황에서 경쟁을 더 낮췄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료를 마음 놓고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발신자 종량제를 폐지해 망 사업자가 콘텐츠 유치를 경쟁하는 상황을 복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인터넷 생태계 전체에 막대한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사안을 상호접속기준 '고시' 형식으로 제정한 것은 입법형식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시 제정을 통해 새로운 부담이 발생하면 규제개혁위원회 규제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해당 과정 역시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김민호 교수는 “2014년 당시 규제심사에서 해당 사안을 '비중요' 규제로 의결했는데, 피규제자인 통신사와 충분히 합의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며 “전문가 몇 명 모아 회의하고 심사에서 비중요 규제로 처리해 버리면 시민사회, 사업자단체, 일반 국민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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