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센터는 한국 e커머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업이다. 지난 2000년 국내 최초 전자상거래통합솔루션 '메이크샵'을 시작으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와 솔루션을 선보이며 전자상거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올해로 창사 20주년을 맞은 코리아센터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쇼핑몰을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집중했다. 해외 직접구매(직구) 플랫폼 '몰테일'을 오픈하는 한편 주요 국가에 물류 거점을 세우며 국내 최대 해외직구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코리아센터는 지난 2018년 '에누리 가격비교'를 운영하는 써머스플랫폼을 인수했다. 메이크샵 e커머스 노하우와 몰테일 해외직구 경쟁력, 에누리 가격비교가 보유한 수억건에 달하는 대규모 상품 데이터베이스(DB)를 결합해 시너지를 노린다.
회사는 이 달 말 코스닥에 상장한다.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는 상장을 계기로 '메이크샵' 솔루션 이용자에게 더 나은 전자상거래 사업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데 힘 쏟을 계획이다.
대담=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
-올해 창사 20주년이다.
▲코리아센터는 2000년 1월 12일 설립됐다. 창업 전 다녔던 직장에서 소기업에 기계 시설 등을 대여하는 '리스' 업무를 담당했다. 취급한 기계 중에는 미국, 일본 등에서 수입해야 하는 제품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터넷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제품을 주문하는데 일일이 팩스를 보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다. 당시는 광케이블 등 인터넷 인프라가 이제막 깔리던 시기다. 수입 절차 자체를 온라인에서 할 수 있다면 더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코리아센터가 탄생한 순간이다. 창업 당시 4명이었던 직원 수는 자회사를 포함해 1000명 규모로 늘었다.
-코리아센터는 한 마디로 어떤 기업인가.
▲'상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회사'다. 온라인 판매자를 대상으로 상품에 특화된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메이크샵, 몰테일 등 주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국은 물론 해외 상품에 대한 깊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만든 계기가 있나.
▲당초 비즈니스 모델은 온라인 무역이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상대국의 온라인 인프라가 빈약했다. 충분한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전자상거래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내수용 상품(향수)을 판매했다. 하지만 쇼핑몰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시간과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했다.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면 우리와 같은 온라인 판매자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우리가 사용한 솔루션을 범용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0년 6월 '메이크샵'이 탄생했다. 메이크샵은 우리나라뿐만 아닌 세계 최초 전자상거래 솔루션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shopify)도 우리보다 2~3년 늦게 솔루션을 론칭했다. 메이크샵 기반 쇼핑몰에서 우수한 실적을 내는 판매자를 보면 뿌듯하다.
-현재 사업이 그동안 많이 변화해 왔다.
▲창업 당시 생각한 비즈니스 모델은 상장 이후 공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판매자가 많다. 이들은 해외 시장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판매자가 많다보니 해외 상품을 저렴하게 확보하려는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물류 인프라 부문을 온라인 무역에 적합한 형태로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몇몇 판매자와 미국 진출을 타진한 적이 있다. 현지 물류센터에 재고를 놓고 판매하는 형태다. 하지만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사업 자체가 유보됐다. 하지만 현지 물류센터를 그대로 둘 수 없어 거꾸로 미국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것이 해외 직구 서비스 '몰테일'이다. 당시 50억원가량을 투자해야 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철수했다면 현지 시장에 재진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한다.
-상장 배경과 향후 계획은.
▲메이크샵은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문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상장 추진 이유도 판매자를 한층 더 지원하기 위함이다. 판매자들 덕에 코리아센터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모바일커머스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판매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예전에는 메이크샵 등이 만들어주는 쇼핑몰만 필요로 했다. 하지만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판매 채널이 등장하면서 자신이 잘 팔 수 있는 상품을 확보하는 '소싱' 단계 요구(니즈)도 커졌다. 상장 이후 판매자 상품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프라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은 어떤가.
▲B2B 사업 부분에서 일부 소싱을 직접 하고 있지만 B2B 전문업체를 판매자와 매칭하는 중간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코리아센터 핵심 사업 모델은 인프라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와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도 같다. 시장이 커지면 판매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코리아센터 인프라 활용도가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 에누리가격비교를 운영하는 써머스플랫폼을 인수했다.
▲최근에 '플레이오토'라는 기업을 인수했다. 온라인쇼핑 판매자는 자신이 이용하는 판매처 마다 일일이 상품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플레이오토' 솔루션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쇼핑몰에 등록된 상품을 관리할 수 있다. 플레이오토는 국내는 물론 아마존, 라쿠텐 등 해외 쇼핑몰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국 판매자가 해외에서도 매출을 낼 수 있는 핵심 솔루션이라고 판단해 플레이오토를 인수했다.
e커머스가 고도화 될수록 빅데이터 중요성이 커진다. 메이크샵은 현재까지 다양한 상품 빅데이터를 확보했지만 판매자마다 서로 다른 포맷을 사용하기 때문에 표준화가 어렵다. 이를 통일하는데에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에누리는 1990년대 후반 등장한 가격비교 서비스 시초다. 에누리의 빅데이터 경쟁력에 주목해 인수를 결정했다.
-향후 해외 사업도 확대할 것으로 안다.
▲현재 동남아시아에서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제품 수요가 지속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태국, 베트남으로 진출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코리아센터는 상장 후 말레이시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물가는 베트남 대비 3분의 2 수준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1만불 이상이며 온라인쇼핑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도 나쁘지 않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국가와 인접해 사업 확장 가능성도 높다.
-한국 e커머스 산업 전반을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전자상거래가 생활화됐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누렸던 서비스가 해외에서는 되지 않는 것도 많다. 그만큼 치열한 업체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해외에서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신시장을 개척하는데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
현재 동남아에 다양한 마켓플레이스가 생기고 있다. 물류 인프라도 서서히 갖춰지고 있다. 하지만 상품을 공급할 판매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오픈마켓이 태동한 2000년대 초와 비슷하다. 품질 좋은 한국 시장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이 업계 화두다. 커머스와 연계해 한 말씀 달라.
▲인공지능(AI) 기본은 데이터다. 데이터를 반복 학습하고, 패턴을 분석해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이 AI이기 때문이다. 코리아센터는 상품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에누리 가격비교와 메이크샵이 확보한 상품 데이터베이스(DB)만 수억건이다. 물론 DB 자체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누리 가격비교처럼 표준화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는 판매자에게 더 좋은 상품 판매 환경을 제공하는 솔루션 부문으로 AI 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상품 취급 단계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이르면 3~4년 내 새로운 AI 솔루션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솔루션 출시 이후에도 축적한 데이터로 고도화하는 작업을 반복해 상품에 특화된 AI를 완성시키겠다.
-경영철학이나 원칙은 무엇인가.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게 개인적 소신이다. 특히 정보기술(IT) 기반 시장에서 편법을 쓰면 당장은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 밝혀진다. IT업계에는 여러 플레이어가 협업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 현재 관세청, CJ대한통운 등과 공동 추진하고 있는 블록체인 전자상거래 통관플랫폼이 대표적이다. 바르게 살지 않으면 단숨에 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나.
▲공식 업무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다. 하지만 퇴근 시간은 당일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아직 성장 중인 회사이기 때문에 경영자가 나서야 하는 부분이 있다. 최근 2년간은 '선택과 집중'으로 내부 체질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상장 이후에는 주주와 투자자 눈높이에 맞춘 경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에 부응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상장 준비를 하면서 주위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도 커졌다.
-앞으로 온라인 수출 확대에 큰 역할을 기대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국가에서는 현지 사업자가 e커머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코리아센터는 이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판매자 지원 기업이다. 한국의 우량 상품을 가진 판매자를 현지에 진출시키는 것은 물론 수출 대행까지 소화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문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삼성카드에 입사해 기업금융팀에 몸 담았다. 평소 온라인 무역에 흥미를 느꼈던 그는 1999년 동료 4명과 의기투합해 향수 전문 온라인 쇼핑몰 '코리아센터닷컴'을 만들었다.
당시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많은 불편을 직접 체험했던 그는 간편하게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2000년 전자상거래통합솔루션 '메이크샵'을 선보이며 누구나 온라인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후 2009년 해외배송대행 서비스 '몰테일'을 론칭하는 등 국내 e커머스 산업을 선도하는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정리=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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