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으로 농경지 데이터를 확인하고 트랙터 같은 농기계에 작업 명령을 내리도록 합니다. 인공위성이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고 농기계 또는 로봇이 자동으로 경작지를 일구면 농부는 '시스템'을 관리하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미래 스마트농업이 서둘러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이 그리는 스마트농업은 이미 두 세대 이상 앞서나가 있었다. 비닐하우스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1세대 시설원예나, 이제 막 도입이 추진된 노지 스마트팜 수준을 넘어섰다. 김 청장은 스마트농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농진청이 먼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서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농업을 디지털화하기 위해 (농업 기술을 개발하는 농진청) 연구조직이 먼저 디지털화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변화하지 않으려는 냉소적인 시선과 실패가 두려워 겁을 내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모든 기술과 산업이 융합되고 있는 지금 농업이, 농진청이 가야할 길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디지털화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상력과 창조력을 가지고 새로운 업무를 도전적으로 임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어려움과 실패를 뚫고 디지털농업으로 가야만 미래가 밝다는 얘기다.
김 청장은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태양에너지에만 기대는 전통적인 방식의 농업으로는 절대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라며 “우리 농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농업, 스마트농업으로 가야만 하고 농진청은 연구개발(R&D) 기관으로서 필요한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정밀기술, 스마트농업에 필요한 R&D에 우선 순위를 두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생산·재배 과정에 관련된 기술개발도 비중있게 다룰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첨단 스마트농업 기술 개발과 현장수용성 연구가 병행돼 신기술을 신속하게 농업현장에 적용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농촌진흥청장 취임 후, 어떤 사업에 중점을 두고 추진 중인가.
▲현재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은 고령화, 수입개방, 기후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 연구개발·보급 기관을 목표로 농업현안 선제적 대응, 다양한 현장기술 수요 발굴로 국민과 농업인이 체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주요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세계 최고 수준 우리나라 IT와 빅데이터 기반 농업기술이 융복합된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지능화·로봇화·자동화로 압축된다. 식품산업 혁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대응, 병해충 제어를 위한 '미생물의 기능성 발굴과 활용분야의 확대'도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환경보전과 농산물 안전성 확보' 역시 챙기고 있다. 농업인에게 실익이 되는 현장 밀착형 과제를 발굴하고,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를 혁신해 고객 중심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 스마트팜과 관련한 성과는.
▲스마트팜은 온실, 축사 등 생산시설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물·양분 자동공급 등 기술을 접목,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농업 기술이다. 2014년부터 농식품부·농진청 공동으로 '스마트농업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시설하우스에 신기술을 적용해 편의성(1세대)과 생산성(2세대)을 높인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을 개발했다. 앞으로는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기반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수집·분석을 통한 생육 알고리즘 인공지능(AI) 활용 체계를 확립하고, 스마트팜 ICT 장비 부품 호환성 증진을 위한 표준화도 확대할 방침이다. 빅데이터 기반 2세대 스마트팜 모델 고도화와 적용 작목 확대도 추진하고, 스마트팜 확산을 위한 테스트베드 교육장을 조성하고 전문지도사 양성도 계획하고 있다.
-최근 폭염에 대비한 고온극복 혁신형 스마트온실을 준공했다고 들었다.
▲기후온난화로 여름철 폭염이 심화됨에 따라 채소, 과수, 화훼 등 시설작물을 고온기 안정 생산 연구를 위한 시설로 '고온 극복형 스마트온실'을 농진청에 설치했다. 현재 농가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술을 실증하기 위한 것으로 유리온실은 여름철 고온기 온도관리가 어렵지만 광폭온실은 시설내부 온도를 30℃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 시설규모는 폭 52m, 높이 16m로 기존 대형 비닐 온실 대비 2배 이상 규모다. 온도를 낮추기 위한 안개분무시설, 양액재배 제어시스템을 갖췄다. 현재 장미와 딸기를 심어 시험재배를 시작했으며 다양한 작물 실증재배와 데이터를 축적해 고온 극복기술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초기 설치비용에 대한 감가상각, 에너지 관리비용, 소득분석 등 종합적인 경제성 분석도 병행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 갈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IT·BT를 접목한 농생명 원천기술도 중요하다. 어떤 기술을 개발 중인가.
▲생명공학 부문에서 농생물자원 유전체 정보 DB화와 활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농작물 표준유전체를 해독해 유전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1단계로 배추 등 17품목을, 2단계로 참깨 등 23품목에 대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농생명자원 유전정보를 이용한 고부가 기능성 바이오신소재 탐색도 추진한다. 유전자가위, 바이오이종장기 등 선도 기술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흰잎마름병 저항성 벼, 웅성불임 토마토를 개발한다. 형질전환 돼지 각막의 원숭이 이식을 확대했고 인체에 대한 임상실험을 앞두고 있다. 농업생물자원을 활용한 고부가 식의약 소재개발도 추진 중이다. 농작물, 미생물, 곤충 유래 기능성 식품 및 천연의약 소재를 개발하는 일이다. 일례로 국산 새싹보리를 이용한 간 기능 개선 건강기능식품 개발(알코올성 지방간 26%↓)로 농산물 부가가치를 35배 향상시켰다. 익힌 숙잠의 간암 예방효과 구명(종양 88%↓)과 봉독 화장품 수출로 양잠·양봉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농업미생물 분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는 어떤가.
▲미생물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생산성 향상, 질병 통제 등 분야에 이용가치가 매우 높은 미래성장산업 핵심 자원이다. 식품, 생물농약 등에만 제한적으로 이용되던 미생물이 최근에는 병해충방제,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을 해결할 대안으로 부각됐다. 농진청은 발효가공식품과와 농업미생물과를 설치해 미생물유전자원 국가관리 및 작물 보호, 발효식품 등 여러 분야에서 관련기술을 축적해 왔다. 최근 새로운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집유전체) 연구는 미래 농업 핵심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이다. 이미 인간 질병 치료, 환경보존, 에너지·자원 보존, 식품 안전성 향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향후 그동안 축적한 연구결과와 관련 정보를 기반으로 미생물 활용분야를 확대하고 마이크로바이옴 등 농업미생물 분야의 새로운 영역을 선제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다.
-농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종자산업 육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계획은.
▲'한 알의 종자가 세계를 바꾼다'는 말처럼 종자는 인류의 먹거리를 책임질 중요한 열쇠다. 지난 10년간 세계 종자시장은 약 1.5배 성장했다. 앞으로 의약, 바이오에너지, 재료산업 등 첨단기술이 융·복합된 농업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분야가 될 것이다. 정부와 농진청은 종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민간육종연구단지(김제)를 조성해 시설·장비, 육종포장 등 첨단 연구 인프라를 지원 중이다. 농진청이 보유한 종자 자원 수는 25만5000점으로 종자산업 핵심 자원인 종자·종묘 유전자원 확보는 세계 5위다. 농진청이 보유한 유전자원을 산학연 공동으로 평가해 우수자원을 발굴, 종자산업체에 자원과 정보 제공을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육종형질 대량 평가기술 개발, 육종형질 대량 특성분석 및 육종모본(우수집단)발굴, 종자산업활용 유전자원 정보화 및 이용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한다.
-기상이변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우리 농업 대응책은.
▲그동안 황사나 분진(PM10), 가축분뇨 암모니아 발생 등과 관련된 연구는 지속 추진했다. 미세먼지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올해부터 농축산 미세먼지 대응 R&D에 약 130억원을 투자한다. 농업·농촌 미세먼지 배출 감축 및 농업인과 농작물 피해 저감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농축산 미세먼지 인벤토리 구축, 작물과 농업인 영향평가, 미세먼지 저감기술 개발 등 과제를 수행한다. 농식품부 농업·농촌 미세먼지 대응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농축산 미세먼지 연구협의체'도 운영 중이다. 2022년 농업·농촌분야 초미세먼지·암모니아 배출량 30% 감축이 목표다.
-우리 농업기술을 개도국에 전수하는 협력사업으로 '농업한류'가 주목받는다.
▲2009년부터 개도국에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The Korea Porject on International Agriculture) 센터를 설치, 농업기술전문가를 파견해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올해로 사업 추진 10주년이 됐다. KOPIA센터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20개국에 설치됐다. 농업생산성 향상과 농가소득 증대로 수혜국에서 농업한류가 일어났다. 일례로 케냐는 씨감자 기술보급으로 생산량 3.9배, 양계기술보급으로 농가소득 9.2배가 증가했다. 향후 국가의 대외정책과 조화를 이루는 KOPIA 사업을 추진하고 ODA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사업 성과를 제고할 방침이다. 'KOPIA 사업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해 지난 10년간 성과와 수원국 농업기술 개발전략 등을 분석해 향후 비전과 목표, 추진방향, 중점추진 영역, 투자계획 등을 재정립할 것이다.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대일본 농식품 수출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올해 농식품 수출액 69억달러 중 일본은 13억8000만달러(20%)가 예상되며, 현재까지 한일관계 경색이 농식품 수출에는 눈에 띠는 영향은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양국 수출입 규제가 농식품 부분으로 확대될 경우 피해가 예상되나 구체적인 수출규제 품목과 내용이 없어 피해 추정이 곤란하다. 대략 일본 수출 품목 중 토마토, 인삼 등은 소폭 증가하고 김치류, 화훼류 등은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진청은 수출유망품목 발굴 육성과 농약 안전성 교육 등 수출 전단계 애로사항 해결지원에 나설 것이다. 이번 사태를 점차 강화되는 수출규제에 사전적으로 대응하고 농식품 수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 계회과 다짐이 있다면.
▲농진청 연구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 농가소득 향상뿐 아니라 나아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도록 할 것이다. 식량수급 안정, 안전한 먹거리 생산, 농업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우리나라 ICT와 융·복합해 농업의 디지털 혁신과 미생물 등 미래성장 동력원을 적극 발굴하고 국가의 혁신주도 성장에 이바지하겠다.
◆김경규 청장은 경동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버밍햄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를 수료했다.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올라 농림수산부, UN식량농업기구(FAO) 파견, 대통령비서실 농어촌비서관실 행정관 등으로 근무했다. 농림축산식품에서 농업정책국장, 식품산업정책관, 식품산업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6년 식품산업정책실장 재임시절 구제역과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를 수습하며 가축방역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농촌진흥청장으로 부임 후 업무역량과 소통 중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진청 조직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고 농업기술 혁신을 실현해 스마트농업 시대를 앞당기고 우리나라 농식품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정리=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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