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력ICT연구센터장은 전력·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지능형 전력망' 분야 대표 연구자다. 전력ICT연구센터를 이끌며 스마트변전소 기술 개발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전력망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스마트변전소'는 변전소에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 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신뢰성을 지닌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할 수 있는 통합 관리운영 시스템이다.
최 센터장은 “올해 유독 태풍이 잦고 이로 인한 피해도 많았다. 수천 세대가 정전 피해를 입어 어느 때보다 안정적 전력수급에 대한 요구도 높다”면서 “스마트변전소는 전력 설비와 변전소 방재, 방호 등 전력망 전체를 실시간 진단해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멘스, ABB, GE 등 주요 글로벌 중전기기 기업은 오래전부터 지능형 전력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표준화(IEC TC57 WG10) 활동을 주도하며 자사 전력설비 디지털화를 추진해왔다.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국제표준에 발맞춰 기존 아날로그(구리선 직접 연결) 방식을 디지털(광케이블 네트워크 연결)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변전소 자동화 1단계에 해당하는 '스테이션버스(Station Bus)'를 내년까지 전체 변전소 대비 22%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최 센터장은 스마트변전소 구축 2단계에 해당하는 '프로세스 버스(Process Bus)' 구현에 필요한 '디지털 통합 데이터 생성장치(KMU100)'와 '고신뢰 네트워크 장치(KRB200)'를 개발, 국산화했다.
'KMU100'은 변전소 변류기(CT)와 변성기(VT)의 아날로그 전류·전압 값을 국제표준 기반 디지털로 변환해 전력 네트워크로 실시간 전송하는 스마트센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KRB200'은 한쪽 네트워크에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네트워크로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어떠한 고장 상황에서도 끊김 없는 통신 연결성을 보장한다.
KERI는 부품 설계에서 모듈화, 통합 장치까지 모두 국산화했고, 전력망 통신 국제 표준 'IEC61850 Ed.2'를 준수해 선진 제품과 상호호환 및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입증했다.
올해 초 한국전력공사와 154kV 디지털변전소에 장치를 실증해 기존 네트워크 대비 구축 비용과 복잡성을 대폭 낮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 최근 미국 전력연구소(EPRI)에서 열린 '국제 상호호환성 및 운용성 시험(UCAIug 2019 IEC61850 IOP)'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그는 “보호 제어 측면에서도 높은 신뢰성을 보였고, 변전 설비나 통신망 고장에도 지연 없이 바로 회복하는 뛰어난 성능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스마트변전소와 지능형 전력망 구축 핵심 장치는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KERI 같은 정부출연연이 선제 대응해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라면서 “개발 기술을 국내 전력망에 실증해 상용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국제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알려 나갈 것”이라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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