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방문판매원이나 정수기 점검원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안전사고 책임을 사업주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과 관련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달 8일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 따르면 방문판매원, 방문점검원, 방문 강사, 가전제품 설치 기사, 화물차주 등 5개 직종도 산재보험 특례적용 대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포함된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특고'는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노동자 보호망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산재보험 적용 대상도 보험설계사를 포함한 9개 직종에 제한됐다. 개정안에서는 자해행위와 관련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중 '의학적 인정' 요건이 삭제됐다.
경총은 5개 직종은 산재보험 특례 전제조건인 '전속성'과 보호 필요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전속성이란 사업에서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것이다. 이들은 복수 사업자와 계약과 해지가 자유롭고 '사용자성'이 강하다는 것이 경총 판단이다.
고용부는 전속성이 확인된 경우 선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기준 마련이 불가능하고 사실 확인도 어렵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경총은 이들의 안전사고 책임을 사업주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주와 수평적 위임계약으로 독립적인 의사결정권과 선택권을 갖고 일을 하기 때문에 안전관리와 사고 발생 책임도 이들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경총은 개정안 통과 시 특고 종사자 근로자성 인정 논란이 심화하고 산재보험 재정 손실이 초래될 우려가 있어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5개 직종 특고종사자를 약 27만4000명으로 추산했지만 실제는 60만명이 넘는다는 것이 경총 주장이다. 경총은 후원 방문판매원 약 37만명 등 전체 방문판매원이 44만2000명, 방문 점검원 3만명, 방문 강사 4만3000명, 가전제품 설치 기사 1만6000명, 화물차주 7만5000명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이번에 거론된 5개 직종은 지금처럼 중소기업사업주 특례 방식(임의가입)으로 산재보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합당하다”면서 “자해행위와 관련해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산재판정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