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차세대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구축사업'이 삼성SDS 단독 응찰로 결국 유찰됐다. 디브레인 사업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1191억원 예산을 투입해 17개 분야 재정업무 처리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발주 전부터 연말 공공 정보기술시스템 시장의 '대어'로 꼽히며 관심이 높았다. 여러 업체가 경쟁할 것이라는 예측이 높았지만 기대와 달리 삼성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1라운드는 싱겁게 끝났다. 기재부는 26일 재입찰 계획이며 경쟁업체가 없으면 29일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정부사업 유찰은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드문 일도 아니다. 사업 내용과 예산 규모, 참여업체 상황에 따라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유찰을 보는 안팎의 시선은 개운치 않다. 뒷말도 무성하다. 삼성SDS만 단독 입찰하면서 일종의 집단 '보이콧'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삼성이 자초한 바가 크다. 삼성SDS는 앞서 8월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공공사업 입찰가격 낙찰 하한율인 80% 수준의 최저가를 써내 사업을 수주했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줄곧 공공시장에서 적정대가를 받으려면 입찰가 하한율을 90%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온 상황이었다. 산업 경쟁력을 위한 숙원 과제였다. 6년 만에 공공시장에 돌아온 삼성SDS가 첫 사업부터 최저가를 써내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디브레인 사업은 뚜껑도 열리지 않았지만 삼성SDS는 가격에 승부를 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최저가 입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저가 입찰을 비난할 수는 없다. 불법도 아닐뿐더러 조달청시스템 자체가 가장 낮은 가격을 유도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뭇매를 맞는다면 당연히 기재부와 조달청이어야 한다. 그래도 삼성은 IT업계의 '맏형'과 같은 역할이다. 규모나 브랜드를 볼 때 회사 보다는 산업과 시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행여나 제도 허점을 악용해 사업을 따낸다면 당장은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의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