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패션 대기업 3사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반면,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옛 LG패션)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과감한 브랜드 구조조정과 온라인 사업 효율화가 희비를 갈랐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대비 31.1% 증가한 244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매출은 1.2% 소폭 감소했지만 경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LF는 매출은 13.2% 늘어난 대신 영업이익이 61.6% 급감한 46억원에 그치며 정반대 성적을 냈다. 삼성물산 패션은 영업손실 15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한섬은 수익성 높은 온라인 부문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더한섬닷컴은 올해 매출이 10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오픈 첫 해 6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매섭다.
한섬은 온라인에서 노세일 전략을 고수하는 대신, 온라인 전용상품과 더한섬닷컴에서만 구매 가능한 자체 브랜드를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온라인 채널로 마진율을 높이고, 오프라인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온라인 부문 영업이익 기여도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3분기 6.5%에서 올해 3분기 8.7%로 확대됐다. 지미추·끌로에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10여개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한 구조조정도 효과를 봤다.
부진한 실적을 거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LF는 체질개선을 통해 반등을 꾀한다는 각오다. 삼성물산 패션은 온라인 강화와 리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빈폴키즈를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하고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를 온라인 브랜드로 재론칭했다.
캐시카우 브랜드인 빈폴은 노후화된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정구호 디자이너를 고문으로 영입, 대대적 리뉴얼을 단행했다.
LF는 신사업을 키우는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사업인 패션 외에 식품·화장품·부동산 다른 업종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생활문화기업으로 정체성 확장에 힘쓰고 있다.
본업인 패션업도 실적이 부진한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사업을 과감히 철수하고 스트리트 패션 '챔피온' 국내 판권을 확보하는 등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여기에 LF몰 사업을 강화하고, 헤지스의 베트남 공략을 가속화해 신성장 동력 마련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