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5일 홍콩 시위로 타격을 받은 반도체 수출 물량 일부가 싱가포르로 들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용범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수출 중) 반도체 부분으로 홍콩으로 물량이 많이 가고 있다”며 “일부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으로 대체가 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그 대체 효과가)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간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 반도체의 25% 이상이 홍콩을 경유함에 따라 홍콩 시위로 인한 반도체 업황에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무역협회가 지난 8월 발간한 '홍콩 시위 장기화에 따른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홍콩 수출 중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3.0%, 63.3%로 높게 나타났다.
홍콩 시위가 날로 악화되자 올해 1~10월 한국의 대홍콩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9%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미중 협상 및 홍콩 사태 전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등 단기적으로 리스크가 중첩·증대될 경우에 대비, 관계기관과 국내외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외환시장에서 투기 등에 따른 과도한 변동성 발생 시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한다.
기재부 중심으로 이미 구축한 관계부처와 현지공관과 비상대응 체계로 수출입 기업과 현지 업체 애로사항 발생 시 대체거래선 발굴, 금융 지원 등 정부차원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김 차관은 이날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그간 미중 무역갈등 외에도 홍콩 사태 등을 우리경제 '꼬리위험' 중 하나로 인식하고 관계기관과 함께 지속적으로 관련 동향과 대응 방향을 점검해왔다”며 “어려운 시기 엄중한 마음 자세로 신중히 지혜를 모아 일을 성사시킨다는 논어의 '임사이구(臨事而懼)' 문구처럼 관계기관과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경제의 견고한 대외건전성, 금융시장이 보여준 복원력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에) 과도한 불안심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 사태가 국제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홍콩의 직접적인 금융 연계성이 높지 않아 향후 홍콩 관련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우리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국내 금융회사의 대출, 지급보증, 외화차입금 등 홍콩에 대한 익스포저가 전체 2~3% 수준으로 크지 않고 홍콩계 투자자의 국내 주식 및 채권 보유액도 전체 외국인 보유액의 2%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순대외채권(4798억달러)과 외환보유액(4063억달러)이 각각 9월말과 10월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대외 충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대응 능력을 보유했다고도 언급했다.
실제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인 27~28bp(100bp=1%p)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해당 수치는 699bp까지 치솟았다.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CDS 프리미엄도 높아진다. 현재 중국(38bp), 인도네시아(74bp) 등보다 현저히 낮으며 일본(21bp), 영국(25bp)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에는 김용범 차관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신호순 한국은행 부총재보,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