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올해 수립한 4600억원 규모의 베트남 투자계획을 1년도 안돼 절반으로 축소했다.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점찍고 시장 확대에 나섰지만, 현지 규제에 막혀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해서다. 현지 사업 확장 계획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27일 이마트는 3분기 보고서를 통해 2021년까지 베트남 법인에 247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올해 248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1090억원, 2021년 1140억원을 예상 투자액으로 잡았다.
당초 계획했던 4600억원 대비 46.1% 감소한 수준이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2019년 1400억원, 2020년 1700억원, 2021년 1500억원 등 총 4600억원을 베트남 법인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마트는 베트남 기존점 보완과 신규출점에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연내 출점을 계획한 2호점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계획이 뒤틀렸다. 올해에만 1400억원의 투자를 예상했지만 상반기 실제로 집행된 투자금은 고작 4억원에 그쳤다. 3분기에도 진행 중인 투자는 33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결국 이마트는 베트남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하고, 하반기 들어 연내 투자계획을 248억원으로 대폭 하향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예상 투자액을 각각 610억원, 360억원 감축했다. 당분간 베트남 사업 확장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베트남 정치세력 간 갈등으로 예기치 못한 규제 변수가 발생하며 현지 투자 사업도 올스톱 상태”라며 “현지 상황을 고려해 투자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다만 베트남 2호점은 내년에는 오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2015년 베트남 첫 점포인 고밥점을 오픈하며 2호점을 염두에 두고 호찌민 공항 인근 부지를 사들였지만 4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점포수는 1개에 머물러 있다. 중장기 목표로 잡은 4~5호점 확장 계획 자체도 불투명해졌다.
업계에선 현지합작 대신 직접 진출을 선택한 이마트 사업 전략이 어려움을 자초했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는 2014년 100% 지분출자를 통해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직접 진출을 통해 자가점포를 운영할 경우 비우호적 행정 규제에 발목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2015년 신투자법을 시행하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활성화 됐지만, 여전히 부동산 개발에 있어 차별적 규제가 존재한다.
코트라(KOTRA) 호치민무역관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하노이와 호찌민 모두 어렵다. 인허가 자체가 까다로운 데다, 토지 사용권 제도가 복잡하기 때문”이라며 “외국인투자는 특정 프로젝트가 연계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GS리테일도 2007년 베트남에 부동산 개발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호찌민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했다가 착공조차 못하고 사실상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재진출한 편의점 사업은 현지 손킴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행정 절차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이마트도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한 몽골에서는 벌써 점포를 3개까지 늘리며 베트남 사업과 대비되는 성과를 냈다. 이마트는 2014년 몽골 알타이그룹 스카이트레이딩과 지분 10%를 투자한 조인트벤처 '스카이하이퍼마켓 LLC'를 설립하면서, 현지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정치 파벌이 북부와 중부·남부로 나뉘어져 있어 지역색에 따른 변수가 크다. 최근 이마트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관할하는 정치세력에 교체가 이뤄지면서 투자 계획도 상당폭의 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