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해상부유식 소형 원자로 개발에 나섰다. 기존 대형 원자로보다 안전성을 대폭 높이는 데 주력한다. 현재까지 해상부유식 원자로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는 러시아뿐이다. 우리나라가 상용화할 경우 신시장 개척과 원전 수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기술은 최근 인구 17만5000여명 규모의 소도시에 가정용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60MW급 해상부유식 소형 원자로 BANDI-60S 개발에 착수했다.
한전기술의 해상부유식 소형 원자로는 러시아의 35MW급 'KLT-40S'보다 기술력은 물론 안전성을 크게 높이는 데 주력한다. 충격이 가해지면 외부 동력 없이 원자로가 자동으로 안전 기능을 수행하는 '피동안전설계'가 도입된다. 또 대형 배관 없이 원자로용기와 증기발생기 간 노즐을 직접 연결, 대형 파단 사고를 근원적으로 막는다. 방사선이 흘러나올 가능성은 기존 원전 대비 10분의 1에서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한전기술은 국제 경쟁력이 입증된 상용 가압경수로 기술을 토대로 △무붕산 설계 △상부탑재형 노내계측기 △내장형 제어봉집합체구동장치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DC)과 유럽 원자로 설계 표준요건(EUR)을 충족시킨 이들 기술로 안전성을 더욱 높여 인허가 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해상부유식 소형 원자로는 향후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 바지선의 원자력시스템에 탑재, 중앙집중식 대규모 전력망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지에 있는 군사기지나 자원탐사기지 또는 광산 소도시 인근 해안 등지에 정박해 소규모 분산전원과 난방열 공급, 해수담수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연료 공급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크고 환경 친화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중심으로 잠재 수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기술은 2020년 말까지 개념 설계를 마치고 2020년대 후반에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현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개발하고 있는 4세대 원자로 '납냉각고속로'(LFR) 상용화 시점인 2030년대 후반까지 원전 수출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기술은 원자로계통 설계와 원전 종합설계 능력을 모두 갖춘 세계 유일의 회사다. 특히 최대주주가 지분 65.77%를 보유한 한국전력공사라는 점에서 경쟁국보다 수주 경쟁력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궁극적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피동안전설계 등을 대폭 보강할 것”이라면서 “세계가 공인한 우리의 가압경수로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향후 발주 국가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빠른 추적자로서 (러시아의) 경험을 참고할 것”이라면서 “좀 더 경쟁력 있는 해상부유식 원자력시스템 개발에 매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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