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를 신설할 경우 '중복과세'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이미 원전 사업자가 지자체에 발전량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사용후핵연료 과세 관련 보고서에서 “원자력발전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은 개별시설이 아닌 연속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대해 별도로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면 중복과세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부산광역시를 비롯해 울산 울주군·전남 영광군·경북 경주시·경북 울진군 등 원전소재지 지자체는 지방세법 개정안 통과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지방세법 개정안은 원자력발전과 별도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강석호 의원·이개호 의원·유민봉 의원이 각각 발의해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역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사업자가 지자체에 발전량 1㎾h당 1원을 과금하고 있는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및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잦은 계획예방정비 △탈워전 정책 추진 등으로 원전가동률이 감소하면서 지자체 세수도 줄고 있다.
이에 원전소재지 지자체는 장기간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 보관한다는 점을 고려, 지역에서 외부불경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사용후핵연료 저장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부담도 지역자원시설세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다.
연구원은 원전 격납건물 내 수조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 습식저장시설의 경우, 원자력발전과 개별시설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세금을 각각 매기는 것은 '중복과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원전 부지 내 별도 공간에 마련되는 건식저장시설(맥스터)은 과세 근거가 충분하다고 해석했다. 국내에선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부지에 건식저장시설인 캐니스터 300기와 맥스터 7기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3분기 기준 포화율은 96.5%다.
연구원은 “건식저장시설을 원자력발전이 끝난 이후 사용하는 별도시설이라는 점을 감안, 사용후핵연료를 운반·반입하는 과정에서 사고위험 등 외부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근거로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식저장시설이 원자력발전의 연속 과정에 포함된 관계시설인지 여부에 대한 법적인 해석, 입지갈등비용 및 사고위험 비용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