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도적 규모를 앞세워 부산과 대구 상권을 장악한 신세계백화점이 대전 상권도 넘본다. 지역 거점마다 초대형 점포 전략을 추진해 경쟁사를 넘어서는데 성공한 신세계는 대전에서도 '지역 1등'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오는 2021년 대전 유성구에 연면적 28만3466㎡ 규모의 사이언스콤플렉스를 오픈한다. 사이언스콤플렉스는 지하 4층에서 지상 43층에 이르는 사이언스타워와 판매시설인 백화점 등이 들어선다.
신세계 대전점은 충청권에선 천안점에 이어 두 번째로 들어서는 신세계백화점으로, 구체적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부권 전체를 배후 수요로 보고 명품 매장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시설이 입점할 예정이다. 매출 목표도 단연 충청권 1위다.
대전 상권에서 적수가 없다고 자신해 온 갤러리아백화점은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한화가 2000년 인수한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는 매출 기준 대전·충남지역 1위 백화점으로 오랜 기간 지역 터줏대감으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타임월드와 약 3㎞ 떨어진 곳에 신세계가 들어올 경우 타임월드 입지에도 상당폭 변화가 불가피하다. 매출 타격뿐 아니라 지역 선두의 아성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는 브랜드 인지도와 규모를 앞세운 신세계가 소비층을 빠르게 흡수할 경우 갤러리아의 1위 수성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신세계는 부산과 대구에서 기존 사업자였던 롯데와 현대를 앞지른 경험이 있다. 2009년 부산에 개점한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출점 7년 만에 지방 점포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조952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앞서 1995년 문을 연 롯데 부산본점은 센텀시티점에 맞서 매장 영업면적을 40% 늘리는 등 증축공사까지 하며 맞대응에 나섰지만 지역 2위 사업자로 밀려난 상태다.
대구에서도 2016년 초대형 점포인 대구신세계가 10만㎡ 규모로 오픈하면서 기존 지역 선두 사업자인 현대백화점 대구점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지난해 대구신세계는 약 7276억원 총매출을 기록, 6232억원에 그친 현대 대구점을 앞질렀다.
롯데와 현대 모두 신세계의 초대형 출점에 맞서 증축과 리뉴얼 통해 적극적 대비에 나섰지만 지역패권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갤러리아 역시 텃밭을 지키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면세사업 철수 재원을 타임월드에 쏟는 모양새다.
갤러리아는 타임월드 매장 내·외부를 전면 리뉴얼하고 2021년까지 해외 명품 브랜드를 지속 입점시킬 예정이다. VIP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전용 라운지 '메종 갤러리아'도 오픈했다.
지난 26일에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지분 100%를 확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사업구조를 일원화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응 체계 등 경영 활동의 유연성을 담보하기 위해 타임월드 법인을 완전자회사로 전환했다”면서 “급격한 상권 변동이 예상되는 대전 지역에서 최고 백화점의 위상을 이어나가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