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이 최근 3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카메라 수요는 줄어들면서 업계는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앞세워 하이엔드 유저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2일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세계 카메라 출하량은 약 1126만개다. 작년 동기(1464만개) 대비 77%대에 머물렀다. 카메라 출하량이 매년 빠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출하량이 작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해 들어서 카메라 출하량은 단 한 번도 작년 동기 수준을 넘기지 못했다. 같은 기간 2017년 출하량(1891만개)과도 하락 폭이 컸다.
그나마 세계 카메라 시장을 지탱하는 것은 렌즈교환식 카메라다. 바디와 렌즈를 교체할 수 있는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SLR), 미러리스 카메라가 속한다. DSLR보다는 풀프레임을 앞세운 미러리스 카메라가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아마추어 애호가, 프로 작가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 고스펙 제품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성능이 높다 보니 제품 평균 단가 역시 일체형 카메라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세계적 수요 하락에 따른 하락세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612만개가 출하됐다. 지난해 1~9월 출하량은 약 819만개였다.
렌즈일체형 카메라 출하량은 바닥을 찍은 모습이다.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514만개를 기록했다. 렌즈일체형 카메라는 일반적으로 엔트리 제품군으로 구성됐다. 소위 '똑딱이'라고 부르는 소형 디지털 카메라가 대표주자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 강화로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카메라 업계가 엔트리 제품군이 아닌 하이엔드 제품군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세계 카메라 출하량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포츠 이벤트는 일시적 수요만을 창출한다. 카메라 수요를 끌어 올리기 위한 근본 대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국내에 진출한 외산 카메라 브랜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카메라 실적 성장세가 더디기 때문이다. 외산 카메라 브랜드 관계자는 “올해 판매 실적이 지난해보다 저조하면서 내년 운영 예산을 삭감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전부터 카메라 시장이 어렵다고는 했지만, 올해부터는 버팀목이던 렌즈교환식 카메라까지 수요가 주춤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브랜드 관계자도 “올해는 한-일 무역분쟁으로 엔트리 제품군 수요가 타격을 받았고, 만성적인 카메라 수요 침체까지 동반 악재로 작용했다”면서 “올해 실적이 상당 수준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