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 대비 전력 소비 효율, 정보처리 속도가 대폭 개선된 차세대 반도체 제조에 성공했다. 이를 적용, 세계 최초로 상온에서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이미지 센서까지 개발했다.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원천 기술 자립화에 성공한 것은 물론이고 주요 선진국이 보안 기술로 묶어 놓은 영상 촬영 기술까지 동시에 확보했다.
송진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광전소재연구단 박사팀은 III-V족 화합물 반도체(화합물 반도체)를 이용, 기존 실리콘 소자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III-V족 화합물 반도체는 주기율표상 3족(Al, Ga, In 등)과 5족(P, As, Sb 등) 원소가 모여 이루어진 결정성 반도체다.
연구진이 현재 개발한 소자는 III-V족 화합물 반도체의 '3세대'형으로 불리는 '안티몬 화합물' 기반이다. 실리콘 반도체 대비 전자·정공 이동정도가 개선됐고 전력 소비량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 실리콘 반도체가 흡수하지 못하는 적외선 영역 광선도 흡수한다.
연구진은 실리콘 상에 화합물 반도체를 집적할 수 있는 전사 기술도 개발, 실리콘에 비해 고가인 화합물 반도체의 단점을 보완하고 상용화 가능성도 높였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화합물 반도체 소재로 적외선으로 물체의 특성을 볼 수 있는 소자 및 이미징 기술도 개발했다.
기존 카메라에 사용되는 실리콘 반도체 기반 센서는 흡수하는 파장대역에 제한적이다. 흡수 파장이 늘어나면 열의 영향이 많아져 냉각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존 다중파장 카메라는 저온에서만 작동한다. 그나마 주요 선진국이 보안기술로 묶어 국내에서는 개발, 활용이 힘들었다.
박민철 KIST 박사팀은 화합물 반도체를 적용한 이미지 센서를 개발, 다중파장 카메라가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3세대' 화합물 반도체가 적용됐고 상온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중적외선 이미지 센서로는 세계 최초다.
현재 널리 쓰이는 실리콘은 낮은 가격대비 높은 성능을 구현해 반도체 칩을 구성하는 핵심 소자로 재료로 쓰인다. 그러나 반도체 소자의 정보 처리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그 한계도 다가오고 있다.
단위면적당 많은 소재를 탑재하는 집적도 향상만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연산하면 반도체 집적회로에서 열이 발생해 정보처리 속도가 떨어지고 전력소모도 늘어난다. 앞으로 융·복합, 초연결 분야 수요가 늘어나면 이런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주요 선진국이 화합물 반도체 소자 개발을 전략사업으로 지정해 추진하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는 높은 전자·정공 이동 속도 및 우수한 광 특성을 보인다. 미세화 공정의 한계에 부딪힌 실리콘 소자로는 불가능한 저전력·고성능·다기능 차세대 소재로도 주목받는다. 다만 실리콘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송 박사는 “실리콘 소자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발생한 문제를 두고 세계가 여러 대안을 저울질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해 전자소자의 고성능화, 저전력 광배선의 실현, 차세대 이미지 등 다기능 소자 개발이라는 방향성 아래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송 박사는 “향후 수년 내 인텔 등 글로벌 기업에서 화합물 반도체 양산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원천 대안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이 연구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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