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일부 수출 품목은 회복되겠지만 반도체 공급 과잉, 주력 산업 회복 지원, 대내외 정책 리스크 등 하방 요인이 여전히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호원 서울대 교수는 3일 산업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산업과 혁신성장' 세미나에서 “내년 경기는 주요 2개국(G2) 갈등 지속, 중국 경제 둔화, 민간소비 부진 등 거시 요인과 주요 산업별 공급 과잉 및 경쟁 심화를 비롯해 5세대 이동통신(5G) 진화 등 미시 요인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한국 경제 키워드를 '오리무중'과 '고군분투'로 요약했다. 이 교수는 매년 발간하는 한국경제 대전망에서 경제 상황을 표현하는 키워드를 정해 왔다. 지난해는 '외화내빈', 올해는 '내우외환'이었다.
경제 전문가들이 내년 경기를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정부 인식보다도 훨씬 비관적으로 내년 경기를 예측했다. 대내 변수도 문제지만 불확실한 대외 변수가 주된 이유로 꼽혔다. 미·중 무역 분쟁, 한·일 수출 갈등,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세계 경제가 올해와 비교해 나아질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대동소이한 입장이다. 우리 경제를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나빠진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 구조에서 대외 변수는 중요하다. 문제는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마냥 미국·중국·유럽 상황만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방법은 산업 경쟁력을 기르는 길이다. 대외 변수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탄탄한 경제 기초체력을 갖추는 길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현실은 정반대 상황이다. 하루빨리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 '혁신 성장'을 모토로 체질 전환에 나서야 한다. 그래도 정권 초기에는 혁신 성장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정치 이슈에 묻혀 이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혁신 성장 뼈대가 되는 규제 개혁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4차 산업혁명을 기치로 주력 산업의 체질을 바꾸면서 이를 뒷받침할 미래 산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