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야심차게 출시한 '제주용암수'가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암초를 만났다. 제주도가 오리온이 국내 판매를 강행할 경우 '제주용암수'의 원수인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내린 것이다. 제주도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오리온은 수천억원을 투자한 제주용암수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본지 11월 27일자 21면 참조>
제주특별자치도는 4일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출시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제주도는 3일 입장문에서 “오리온이 정식 계약 없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염지하수를 판매한다면 더 이상 염지하수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협의 시점을 연내로 가이드라인 잡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오리온과 제주테크노파크는 용암해수 공급 지침에 따른 어떠한 정식 용수(염지하수) 공급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며 “현재 오리온에 공급되고 있는 염지하수는 시제품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공급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이어 “오리온은 당초 자체적인 염지하수 관정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2017년 4월 18일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해 제주도가 개발한 염지하수를 공급받기로 했다”며 “그러나 오리온은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의 요구에도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주도는 “그동안 공문 등을 통해 공수화 원칙상 염지하수를 국내 판매용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도 오리온은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며 제품 출시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시제품 생산용으로 공급받은 염지하수를 국내 판매용에 이용하려는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마치 제주도가 제품 생산·판매를 방해하는 것처럼 언론에 공표하는 것 역시 당초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로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오리온 측은 2년 전 원희룡 제주도지사 면담 자리에서 국내 출시의사를 밝혔고 본격 판매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국내 출시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부회장은 제주용암수 출시 간담회에서 “2017년 원희룡 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국내 출시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며 “(전자신문 기사는)음해성 보도일 뿐이고 제주도에 회사 입장을 설명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3일에는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허 부회장 등 회사 관계자와 김성언 제주도 정부부지사가 참석했다. 당초 원희룡 지사가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논란이 일자 부지사가 대신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이 해외 수출을 위해서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 주장하고 있는데 국내 판매 없이 해외에 수출되고 있는 제품도 많다”며 “해외 판매를 위해 국내 소비자를 이용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