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제네시스가 내년 신형 전기 승용차(BEV)를 내놓지 않기로 했다.
기존 4종(코나·니로·아이오닉·쏘울)의 전기차 모델에 대한 국내외 시장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판단에서다. 또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통틀어 이들 모델과 경쟁할 만한 4000만원대 장거리형 전기차가 흔치 않기 때문에 굳이 내년 신차 라인을 늘리지 않고 그 이후를 대비한다는 포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스포츠유틸리티(SUV)형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년에 각각 출시한다. 부분변경 모델 이외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SUV형 전기차 2종과 올해 출시한 부분변경 세단형 전기차 2종(아이오닉·쏘울)을 두 축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
특히 유럽 시장 대응을 위해 '코나 일렉트릭' 등 일부 차종의 유럽 현지 생산이 유력하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생산 물량은 올해 10만대 수준에서 해외 시장 확대로 내년에는 30만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시장 수요 예측 실패로 유럽과 미국에 정상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도 해외 생산을 늘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기대를 모은 기아차 '셀토스' 기반의 전기차는 인도 등 특정 국가에 한해 출시될 공산이 크다. 반면 1톤급 상용트럭 2개 모델을 국내 출시한다. 현대차 '포터EV'는 이달 중순, 기아차 '봉고EV'는 내년 1~2월 중에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준비하는 전기차 신차는 2021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의 배터리전기차(BEV)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과거 '포니'를 재해석한 현대차 'NE'와 기아차 'CV'는 2021년에 출시한다. 또 최근 국내에서 첫 외부 품평회를 연 제네시스 'G80 EV'도 2021년에 내놓는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전기차 라인업은 오는 2021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까지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기반의 개조형 전기차 모델로 시장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코나·니로·쏘울·아이오닉 모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고객의 수요가 여전히 많다”면서 “특히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현지에 전기차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가 신차 전기차를 내놓지 않은 건 올해와 내년까지 2년이 된다. 올해는 '아이오닉'와 '쏘울'의 배터리·주행 성능을 강화한 부분변경 모델, 내년엔 SUV형 전기차 부분변경 모델로 SUV형 및 세단형을 매년 번갈아 가며 시장에 대응했다.
내년에 출시하는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 부분변경 모델은 디스플레이 크기가 기존 8인치에서 10.25인치로 늘어난다. 내비게이션뿐만 아니라 분할 화면 기능을 통해 실시간 에너지 상태 등 각종 주행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주행 중에 균일한 배터리 성능 유지를 위해 '히트펌프'가 기본 사양으로 장착된다. 반면에 외형상 디자인 변경은 크지 않고, 배터리 용량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