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는 수년 전 부터 인공지능(AI) 관련 저작권 논의를 시작했다. 이들 국가는 AI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등과 관련된 저작권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AI는 빅데이터를 소재로 머신러닝과 딥러닝 방식의 학습을 통해 특정한 결과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 저장 처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복제, 전송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통계적 규칙, 경향 등 가치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을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이라고 한다. TDM 분석 대상인 데이터에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되면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빅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요소다. 저작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빅데이터에 포함된 모든 저작권자에게 일일이 동의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런 문제를 일찍 인식했다. 2014년 영국을 시작으로 저작권법 등 관련법에 TDM 특별규정을 도입했다. 나라마다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인 것은 '비상업적 연구 목적' TDM의 경우 저작권자 동의 없이도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 4월 '디지털 단일시장에서의 저작권에 관한 유럽의회 및 위원회 지침 2019/790'에 따라 TDM을 위한 입법지침을 마련했다.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한 TDM은 학문적 연구 목적 또는 문화유산기구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용된다. TDM을 위해 제작된 저작물의 복제물 등은 보안조치를 취한 후 저장할 수 있다. 학문적 연구를 위해서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회원국은 동 지침 제 29조에 따라 오는 2021년 6월 7일까지 자국법을 개정해야 한다. 프랑스,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은 동 지침 제정 이전에 관련법을 개정해서 TDM을 허용하고 있다. 지침 제정은 TDM에 대한 유럽의 통일적 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은 저작권법을 개정해 저작권자의 승낙을 얻지 못하더라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포괄적으로 확장했다. 일본 저작권법 30조 4는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 또는 감정의 이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 필요한 한도에서 저작물을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저작물 사용 범위를 정보해석용으로 포괄적으로 명기해 자신을 위해 제공하는 경우만 아니라 AI데이터를 생성하는 타인을 위해서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은 TDM을 허용하는 별도 법을 제정하지는 않았지만 판례를 통해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기준에 따라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저작권법에서 공정이용이란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용이 합법적인지 아닌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용되는 법적 개념이다.
2014년 연방 제 2항소법원은 저작물 전체 텍스트 검색을 허용하기 위해 대학 및 전문 도서관이 저작물을 디지털화하는 행위는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AI 저작권법에 대한 논의를 갓 시작하는 단계다. 한미자유협정 이행을 위해 2011년 저작권법을 개정하면서 35조 3(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신설했다. 다만 이 규정에 따른 TDM의 허용 여부에 관해서는 아직 판례가 나오지 않았다.
<주요 국가별 AI저작권법 동향>
자료:국회도서관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