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중고자동차 주행거리 조작과 보험 불완전판매 등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필요한 조치지만, 강제성이 없어 정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이 9월부터 카히스토리에서 서비스하는 '주행거리 등록'에 등록된 정보가 국내 등록 차량 중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거리 등록은 금융위원회가 보험업법을 개정해 서비스한 것으로 중고차 거래시 주행거리를 조작해 차량을 실제 가격보다 높게 받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카히스토리(자동차 이력)에서는 차량 보험사고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주행거리까지는 살펴볼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중고차 거래시 주행거리 기록을 불법으로 조작하는 범죄사례도 빈번했다.
실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793건 중 '성능·상태 점검내용과 실제 차량상태가 다른 경우'가 632건으로 전체 구제 비중의 80%에 달한다.
문제는 주행거리 등록이 마일리지 특약 가입자에 한정돼 추가 정보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마일리지 특약은 연간 1만㎞ 이상 주행하지 않은 가입자에 한해 보험료 일부를 할인하는 제도다. 따라서 1만㎞ 이상 주행하거나 이와 같은 혜택을 받지 않으려는 소비자는 가입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특히 이런 가입자는 차량을 바꿔도 운행거리 등은 변동이 없어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차량 보험에 필수로 주행거리를 입력해야만 애초 도입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마일리지 특약에 가입할 때 등록하는 킬로수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현재 카히스토리에서 주행거리 조회는 마일리지 특약에 가입한 계약자에 한정 한다”면서 “강제성이 없어 이외에 차량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대책에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불완전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7월 오픈한 e클린보험 서비스도 대상자인 설계사가 중요 정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e클린보험 서비스는 설계사 이름과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소속 등 기본정보뿐 아니라 불완전판매율, 계약유지율 등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보호 정책은 필수정보에 대해 강제성을 가지도록 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e클린보험 서비스나 카히스토리 주행거리 조회 서비스 모두 필수정보 등록에 강제성을 가지지 못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대책은 필수정보에 대해 의무동의를 하도록 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향후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문제 제기된 부분에 대한 것을 금융당국에서도 파악하고 있다”면서 “향후 이런 문제가 지속될 경우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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