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규 수요가 해마다 감소하면서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은 8만명에 달하는 감원 계획을 발표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8880만대 차량을 생산할 전망이다. 작년보다 6%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지난달 말 열린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 총회에 참석한 중국과 인도, 독일 등 각국 자동차산업협회들도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자동차 시장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자동차 판매는 올해 1~10월까지 2600대를 기록하며 작년보다 9.7% 감소했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CAAM)는 “10월 전기차 판매가 보조금 감소 영향으로 7만5000대에 그치며 작년보다 45.6% 줄었다”면서 “내년에도 세계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갈등 지속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기아차가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인도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인도자동차산업협회(SIAM)는 판매 감소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시장은 지난 10년간 연간 8%대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올해는 최대 30%까지 판매가 급감했다. 차량 가격 인상과 내연기관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 악화,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역시 “강력한 환경 규제의 영향이 내년 이후 가속화된다”면서 “2025년 세계 자동차 4대 중 1대는 전기동력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자동차 신규 수요가 감소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전환이 가속되면서 주요 제조사들의 대규모 감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최근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닛산, 혼다,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업체 8곳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8만명을 넘어섰다.
업체별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가 전기차 전환 등에 대응하고자 2022년까지 1만명을 감원한다. 아우디도 2025년까지 9500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일본 닛산은 내년에 1만2500명을, 미국 포드는 1만7000명을 각각 감축할 계획이다.
업계는 최근 합병을 선언한 푸조·시트로엥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PSA그룹과 이탈리아·미국 자동차 합작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사례처럼 위기 돌파를 위해 업체 간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PSA와 FCA는 지난 10월 말 50대50 방식으로 합병 추진에 합의했다. 합병된 회사는 향후 연간 매출 1700억유로(약 222조원), 영업이익 110억유로(약 14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합병은 전기차 시장 급성장과 배출가스 저감 등 환경 규제와 자율주행차 기술 확산 등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 자금 확보가 배경이 됐다. 양사는 합병에 따른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플랫폼과 신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