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장벽을 넘어 가교역할까지' 베트남 대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

김천홍 교육부 정책기획관(왼쪽 두번째)와 임재훈 호치민 총영사(왼쪽 네번째)가 대상을 수상한 레 티 김 프엉(가운데) 학생을 시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천홍 교육부 정책기획관(왼쪽 두번째)와 임재훈 호치민 총영사(왼쪽 네번째)가 대상을 수상한 레 티 김 프엉(가운데) 학생을 시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인은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온돌과 김장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가족이 서로 마음을 나누는 모습과 어려운 생활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생활방식을 배우고 싶습니다.”

람 티 쭙 다오(반히엔 대학교)씨는 한국어 공부를 하며 한국의 문화를 처음 접했다.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문화와 생활 환경을 배우면서 한국을 더 좋아하게 됐다. '남가은'이라는 한국어 이름도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제2회 베트남 대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어 양국문화 교류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언어는 서로 다른 문화·사회 교류의 가장 큰 장벽이다. 한·베트남은 정치·경제 다방면에서 협력이 늘어나지만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 한류에 이은 한국어 열풍 이 장벽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한국어는 베트남인이 언어 장벽을 넘어 한국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7일 제 2회 베트남 대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호치민에서 열렸다. 각 대학별 예선을 거쳐 결선에 오른 11명의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어 기량을 뽐냈다.
지난 7일 제 2회 베트남 대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호치민에서 열렸다. 각 대학별 예선을 거쳐 결선에 오른 11명의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어 기량을 뽐냈다.

말하기 대회는 한국어가 한국과 베트남을 이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한국이라고 하면 베트남인들은 K팝이나 드라마, 기업만 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베트남인이 한국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그 이상이다.

대회에는 한국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 대학생, 한국어 교사, 한국어학과 교수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각 대학에서 치열한 예선을 거친 대학생 11명이 본선에 진출해 한국어 실력을 발휘했다. 일부 참가자는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수준이 높았다.

영예의 대상을 받은 레 티 김 프엉 국립호치민대 인문사회과학대 학생은 한국인을 위해 베트남 문화를 한국어로 소개해 호응을 얻었다.

이 학생은 “베트남 사람들은 스스로 근면, 성실, 인내, 친절, 용기 등의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며 “중국과의 항쟁 1000년, 프랑스와의 투쟁 100년, 미국과의 싸움 8년 등 끊임없는 침략으로 인한 전쟁과 가난, 질병 속 에서 살아오며 끈기와 인내심을 지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회를 지켜 본 한국인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베트남 학생의 설명 덕에 베트남 문화 차이를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후 경제·교육·문화 등 분야에서 중요한 동반자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베트남 유학생 수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국내 베트남 유학생 수는 2016년 7459명에서 2018년 2만7061명으로 급증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대학에는 유치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대회 후원을 자처한 충남대와 부산대는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이들 대학의 후원으로 대상 수상자는 충남대, 최우수상 수상자 2명은 부산대 어학연수를 떠난다.

대학교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 배우기가 확산되고 있다. 호치민 내에서도 2개 중학교에서는 정규 수업과정으로 한국어를 운영한다. 8개 고등학교가 선택과목으로 한국어를 배운다.

고지형 호치민시 한국교육원장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베트남 학생들의 열기가 뜨겁다”면서 “양국 학생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 이해의 폭을 넓히고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호치민(베트남)=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