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경영권 승계는 주식 증여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유휴 부동산 매각을 택했다.
2020년 매출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 '그레이트 CJ'가 사실상 힘들어진 만큼 이 회장은 내실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CJ는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184만주(1220억)를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와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증여했다. CJ주식회사 주식 가액은 주당 6만6000원으로 이 상무와 이 부장 각각 92만주(약 610억원)를 증여받는다. 이번 증여로 납부해야 하는 세금만 약 700억원 수준에 달하며 이 회장은 이를 모두 합법적인 방법으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이 두 자녀에 증여한 신형우선주는 보통주 1주당 0.15주의 배당을 통해 취득한 주식이다. 이번 증여로 이 회장의 보통주 지분에는 변화가 없다. 10년후인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되며 이때 두 자녀의 지분이 2.7%씩 늘어나게 된다. 전환이 완료될 경우 이 상무와 이 부장은 CJ지주의 지분을 각각 3.8%, 5.1%를 확보하게 된다. 이 부장이 최근 마약 밀반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지분률을 고려할 때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는 증여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과 동시에 유동성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92-1번지 외 토지와 건물을 케이와이에이치(KYH)에 처분을 결정했다. 처분가액은 8500억원이다.
이와 함께 서울 중구 필동에 있는 CJ인재원을 매각하는 안을 이사회에서 처리했다. 두 동으로 나뉜 CJ인재원은 한개 동을 CJENM에 매각해 528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CJ인재원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살던 집을 허물고 직원 인재개발 시설로 지난 2003년 건설된 CJ그룹의 상징과 같은 장소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외 CJ제일제당은 구로구 공장부지와 건물을 2300억원에 부동산신탁수익회사(REITs)에 매각도 추진중이다. 거래 상대는 와이디피피(YDPP) 유한회사로 계약이 체결될 경우 CJ제일제당은 올해에만 총 1조1328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처럼 이 회장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은 금융 비용 부담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 회사인 쉬완스를 1조5000억원에 사들였고 브라질 식물성 고단백 소재 업체인 셀렉타를 2100억원에 인수했다.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였지만 당장 회사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부채비율은 200% 가까이 치솟았고 올 9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도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3분기까지 낸 이자 등 금융비용도 54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의 생물자원 부문 매각도 추진했지만 무산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휴 자산의 유동화와 투자 효율화, 해외 자회사의 외부 자본 조달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매각”이라면서 “두 자녀에 대한 당장의 지분율 변화도 없어 경영권 승계와 무관한 재무 건전성 확보 차원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